한나라당이 '8월-20만명'이라는 경선룰을 사실상 확정지은 가운데 강원도 산사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간 17일 회동이 무산됐다. 두 사람은 손 전지사가 서울로 돌아오는 18일 이후 회동하기로 해, 손 전지사의 결단 내용이 주목된다.
강재섭 백담사 가던 중 차 돌려
강재섭 대표는 17일 손 전 지사가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백담사를 방문,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손학규 전 지사측의 강고한 거부로 이날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강 대표가 손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향하던 중 박종희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박종희 실장은 '손 전 지사는 지금 봉정암에 안 계시기 때문에 지금 와도 손 전 지사를 만날 수 없을 것'이라며 '18일이나 19일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저에게 전했고, 제가 이 사실을 강 대표에게 보고하니 강 대표는 가던 발길을 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이 간곡히 부탁하는데 무작정 만나러 가는 것은 일종의 '압력'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강원도로 가던 발길을 돌리게 됐다"며 "강 대표는 45분 정도 길을 떠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박종희 비서실장은 앞서 지난 16일 저녁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손학규 전 경기지사 면담을 위한 백담사 방문설에 대한 입장'이라는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강재섭 대표의 박재완 비서실장은 17일 낮 12시 설악산 백담사로 손 전 지사를 만나러 가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통보해 왔다"며 "나조차 행방도 모르는 지사님을 백담사에서 만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8일 서울로 돌아온 뒤 만나도 충분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었다. 그는 "이 같은 만류에도 강 대표가 백담사행을 강행한다면 이는 적절한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손 전 지사를 무턱대고 만나러 가는 강 대표의 행보가 '진정성이 담긴 방문'이 아닌 '정치적 행위'로 읽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었다.
양양 낙산사를 찾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정념 주지스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측, 이명박-박근혜 합의 맹비난
손 전 지사 대리인인 정문헌 의원도 지난 16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작금의 현실은 '절망' 그 자체일 뿐"이라며 "나는 국민 참여 비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하고, 경선 참여 인원을 대폭 확대하고, 경선 시기는 9월 이후로 하자고 주장했지만 국민승리위원회는 이러한 합리적인 나의 제안을 다수의 목소리로 침묵시키고 억압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금 대선에서 불행을 가져올 것이 자명한 '강요안'을 선택하라고 당의 이름을 앞세워 요구하고 있고, 당의 두 유력후보는 못 이기는 척 그 '강요안'으로 담합해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까지 망치려 하고 있다"며 "이 '강요안'은 당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서 배태된 명분도 실익도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손 전지사 캠프에서는 손 전지사가 귀경후 경선 불참 입장을 밝힐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나, 탈당 여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