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현장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도 보복폭행 현장에 있었다"
7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사건 당일 폭행현장 3곳 중 2곳에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인 오모(54)씨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오씨의 역할 및 행방을 추적중이다. 오씨는 1986년 8월 조폭조직인 서울 목포파와 맘보파간 싸움으로 4명이 현장에서 살해되면서 세상에 큰 충격을 안겨준 ‘서진룸살롱’ 사건에도 관련됐던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씨가 한화 쪽의 지원 요청을 받고 조직원을 데려가 위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고 오씨와 함께 현장에 갔던 그의 부하들의 신원과 소재를 추적 중이다. 그러나 오씨는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4월27일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폭행 현장에 조폭이 개입됐다는 의혹은 사건 초기부터 제기돼 왔던 의혹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오모경위는 3월26일 작성한 첩보보고서에서 '조폭 25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적시하고 있다. 또한 사건후 주먹세계 등지에서는 김회장 차남을 폭행한 종업원이 소속된 S클럽이 목포 출신이 영업을 해온 주점이라는 이유에서 한화측이 더 큰 세력의 목포 조폭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그러나 경찰은 그동안 수사 중간발표때마다 조폭 동원 혐의는 발견하지 못해왔다며 조폭 동원설을 부인했으나 이번에 새로 조폭동원 혐의를 잡았다며 수사확대 방침을 밝히고 나선 것.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지난주말 한화 경호팀장이 경찰을 피의사실 사전 공포 혐의로 고소고발한 데 따라 경찰측이 조폭 연루 수사를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보복폭행 현장때 조폭들이 있었다는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김승연 한화회장이 한층 궁지에 몰리게 됐다. ⓒ연합뉴스
경찰 "한화 구린내 나는 것 없으면 떳떳이 나와라"
실제로 이날 경찰은 고위층이 총동원되다시피 해 한화측에 융단폭격을 가했다.
강희락 경찰청 차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김승연 회장 부자가 거부한 것과 관련, "(한화측이) 왜 뒤에 숨어서 저런 식으로 하나. 자신들이 구린내 나는 것이 없다면 떳떳이 나와서 말하라"고 정면 요구했다.
그는 "피해자들은 자신있게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했고 진실 반응이 나오지 않았느냐. 기계는 틀릴 수는 있어도 거짓말은 안 한다. 만약 조사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면 거짓말탐지기 조사의 신뢰성을 따져 보면 될 것 아니냐"라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거부한 김 회장측을 압박했다.
김 차장은 또 한화그룹 김모비서실장, 한화협력업체의 김모사장, 김회장 차남친구 이모씨 등 3인이 경찰수사를 피해 잠적한 것과 관련, “잠적한 한화측 관련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들을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주상용 수사국장은 이를 위해 "전담반을 편성해 추적하고 있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검거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설명했다.
김 차장은 또 “이들이나 다른 관련자가 피의자 도피, 증인 은닉, 폭행 지시, 피해자 회유 등에 핵심적 역할을 한 사실이 나오면 당연히 추적해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한화측을 겨냥해 강도높은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택순 청장도 "경찰은 물러설 자리가 없다"는 말로 김승연 회장 등에 대한 강한 사법처리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이 사건 피해자 6명이 모두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극심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전원 신변보호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