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 차남 김홍업 의원과 유선호 의원도 25일 통합민주당을 탈당,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함으로써 통합민주당은 의원 8명만 남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제3 신당 최대주주, 노무현에서 DJ로
김홍업 의원은 예고한대로 이날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과 함께 탈당을 단행한다. 여기에 당초 통합민주당에 남을 것으로 알려졌던 유선호 의원도 합류키로 했다. 이로써 제3지대 신당에 참여할 의원은 8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86명 가운데 순수 민주당 출신은 5명에 불과하고 81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손학규 전지사와 미래창조연대라는 시민사회계를 포함시켰다 하나,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목이다.
여기에다가 나머지 열린우리당 대다수 의원들도 오는 8월5일 신당 창당때 합류한다는 방침이어서, 결과적으로 민주당 의원 5명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동안 그 난리였냐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제3지대 신당은 대다수가 열린당 의원들로 채워지고 구 민주당 출신은 한줌밖에 안되나, 내용적으론 신당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들어갔다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 절대지배아래 있던 기존 열린우리당과 다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최대주주가 노대통령에서 DJ로 바뀌었다는 것.
실제로 대다수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예외없이 동교동을 찾아 고개를 숙이며 낙점을 바라고 있으며, 이해찬 전총리조차 "나는 친노보다 친DJ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다.
범여권 대통합의 최대변수로 등장한 조순형 의원. ⓒ연합뉴스
'조순형 변수'가 관건, 보수진영 '조순형 지원' 움직임
문제는 이같은 제3지대 신당이 과연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과의 일대일 전선 구축에 성공할 수 있느냐이다.
정가에서는 현재 신당 합류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박상천 통합민주당대표도 결국은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내 기류는 꼭 그렇지도 않다. 조순형 의원 등이 버티며 독자적 대선출마를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 사수파는 조 의원의 지지율이 얼마나 나올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록 의원 숫자는 8명에 불과하나, 조 의원 지지율이 여타 범여권주자들을 앞지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합민주당 사수파는 조 의원이 기성정치권에서 유일하게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대통령 모두에게 쓴소리를 해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정통성을 갖고 있으며, 잠재적인 대중 지지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 의원과 절치한 통합민주당의 한 의원은 "8~10% 정도는 나오지 않겠냐"며 "이럴 경우 현재 제3신당 중심론은 순식간에 힘을 잃고 헤게모니를 통합민주당이 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조순형 의원은 출마하기로 한 이상 중도 하차하는 일 없이 막판까지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연히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도 조 의원이 선전, DJ 중심의 대통합 전선이 무력화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25일 <동아일보>가 사설 '조순형의 길, 김한길의 길'이란 칼럼을 통해 조 의원을 "정치에서 명분이 무엇이고 소신이 어떤 것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극찬한 뒤, 제3 신당을 "조순형은 없고 김한길이 있는 그런 정당"이라고 힐난하는 등 보수진영이 조 의원 지원사격에 본격 나선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