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탄식, "자기 그릇만큼 사람 쓴다더니"
MB의 정정길 대통령실장 기용 질타
정진홍 논설위원은 이날자 칼럼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를 통해 "자고로 사람 쓰는 원칙은 시세(時勢)에 따르는 것이다. 천하가 안정됐을 때 쓸 사람이 따로 있고 요동칠 때 쓸 사람이 따로 있다"며 "이렇게 볼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이후 근 한 달 넘게 끌어온 국정 쇄신 인사의 첫 가닥으로 새 대통령실장에 교수 출신 대학총장을 내세운 것은 결코 적절치 못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야전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사태를 수습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실장을 해야 할 때"라며 "전임 실장에 이어 또다시 교수 출신을 등용한 것은 단적으로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정작 일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들게 한다. 지도자가 사람 쓰는 것을 보면 그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여전히 스스로가 주도해 일하고 비서진과 내각은 따라오라는 식인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는 또 "학자형·관리형 실장이 이끄는 비서실이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 채 다 따라가기만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제2, 제3의 쇠고기 파동 못지않은 일들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경고하며 "그래서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을 ‘크로스 체크’할 만한 인물이 있어야 한다. 정무수석 가지고도 안 된다. 대통령실장이 그래야 한다"며 거듭 정정길 실장 기용을 질타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임 대통령실장 내정자가 울산대 총장 출신이라는 점도 적절치 못하다. 왜 하필 울산대인가. 그곳은 현대와 관련된 곳 아닌가. 게다가 정몽준 의원이 이사장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 괜한 트집 잡고 시비를 걸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정치적 구설이 생길 소지를 애초에 없애야 했다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박근혜계의 반발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그는 이어 "그럼 어쩌란 말이냐고 대통령이 볼멘소리를 할지 모른다. 물론 정무형 인사를 찾으려고 했는데 못 찾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그것은 변명이거나 아직도 대통령이 변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뿐이다.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자기 테두리에 갇혀 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번 청와대 인사가 대통령에게 진정으로 간언하는 일곱 수석을 둔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자기 그릇만큼 사람 쓴다는 옛말은 어김이 없어 보인다"는 탄식으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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