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공식사퇴 "경찰 매도 당해선 안돼"
한나라 "어려운 용단" vs 민주 "도마뱀 꼬리자르기"
김석기 "경찰 매도되는 서글픈 현실 극복돼야"
김 청장은 이날 오전 11시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용산 사고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 내정자와 서울경찰청장 직에서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며 "화재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그는 "용산 화재사고 이후 불법 폭력행위에 대한 비난에 앞서 정당한 법집행을 한 경찰에 책임만을 강요하는 일각의 주장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면서도 "사상초유의 경제위기를 비롯한 국가적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개인의 진퇴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어제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용산 화재사고의 실체적 진실은 명백히 밝혀졌다"며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이 강경과 과잉으로 매도당하거나 논쟁거리가 되는 서글픈 현실은 조속히 극복돼야 한다"며 자신에 대한 퇴진 여론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경찰이 이유없이 매맞거나 폭행당하는 것을 국민들께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경찰을 응원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과 든든한 경찰가족들을 믿고 저는 떠나겠다. 뜨거운 사랑을 가슴깊이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후임은 조현오 경기경찰청장 유력
김 청장의 사퇴 표명으로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로는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치안정감)과 강희락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 등이 거명되나, 현재로선 부산 출생, 고려대 출신의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김석기 내정자의 사의 표명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나, 경찰 사기 등을 고려해 곧바로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 "용단" vs 민주당 "꼬리자르기"
김 내정자 사퇴에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명사고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기로 한 어려운 용단이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을 향해 "사건의 전모를 밝힌 검찰수사 결과 발표에 이어 김 내정자가 모든 걸 책임지고 사퇴한 만큼, 더 이상의 소모적인 정치공방은 그만두고 하루 빨리 수습되길 바란다"며 "폭력을 옹호하며 정치공세에만 급급한 민주당 등 야당도 남 탓만 하는 구태를 버리고, 공당으로서 대안마련에 고심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도마뱀 꼬리자르기로 권력 내부 관리에 중점을 둔 수순"이라며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도 한번 없이 공권력에 의한 국민적 참사를 이런 식으로 넘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이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당 용산참사진상조사위원장인 김종률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은 검찰 수사를 통해 경찰 수뇌부를 무혐의 처분하고 김 내정자의 자진사퇴 형식으로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며 "이번 참사는 오만과 독선에 가득 찬 불도저식 국정운영 방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대통령이 진심으로 참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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