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가전제품 세금인상 '바람몰이' 시작
KBS시청료 인상도 추진, 서민의 간접세 부담 급증 파문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은 8일 `외부불경제품목 소비억제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외부불경제품목이란 술, 담배를 가리킨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흡연과 음주 비용이 24조2천452억 원에 달한다"며 "건강친화적 조세체계 설계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술-담배에 붙은 간접세 인상을 주장했다. 앞서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주장했던 것과 동일한 논리다.
성명재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장기적인 고세율.고가격 정책을 통한 소비억제를 유도해야 한다"며, 우선 담배세와 관련, "현행 종량세 체계에서는 세액이 고정돼 있어 물가 상승시 실질 세부담이 감소되는 문제가 있는만큼 종량세 체계 내에서 물가.가격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세와 관련해 "현재 72%인 맥주와 증류주(소주,위스키 등)의 세율을 최소 100%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 위주로 주세율을 인상하는 것과 함께 맥주, 과실주 등 저도주 세율도 전반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폭적 인상을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날 토론주제와 무관한 에너지 다소비품목에 대한 과세 필요성을 강조하며 "에어컨, 대형냉장고, 대형TV, 드럼세탁기 등이 검토대상에 포함된다"며 이들 제품에 에너지세를 신설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등 정부여당이 여러 차례 주장했던 술-담배에 붙는 간접세 인상과 저에너지효율제품에 대한 에너지세 신설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정부가 이들 세금 인상을 위해 산하기관 토론회 형식을 빌어 본격적으로 바람몰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이들 세금 인상과 더불어 TV시청료도 연내에 인상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서민들의 세금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은 "TV시청료를 20여년간 올리지 않은 데다가 방송 디지털화 등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시청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연내에 시청료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인상폭은 미정이나 그동안 KBS는 현행 2천500원인 시청료를 5천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4천~5천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야당시절 KBS의 시청료 인상 추진에 대해 "군살빼기를 하지 않으면서 시청료 인상은 불가능하다"며 강력 저지한 바 있어, 과연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정부여당 의도대로 시청료 대폭 인상이 가능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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