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00층짜리 안양 시청사' 물의
안양 재정자립도 추락중, 현청사도 14년 된 멀쩡한 건물
한나라당 소속 이필운 안양시장은 28일 오전 안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청사 부지에 오는 2017년까지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가칭 안양 Sky Tower)을 지어 행정청사(안양시.시의회.동안구청), 비즈니스센터, 컨벤션센터, 호텔, 시민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초고층 청사를 짓겠다는 이유는 현재의 청사 부지는 무려 6만736㎡지만 용적률은 54.5%에 불과한만큼 여기에 민자를 유치해 용적률 1000%의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지어 안양의 랜드마크 빌딩으로 만들겠다는 것.
안양시는 100층 이상 건물을 지으면 공사기간에 4만2천여명의 고용창출과 3조6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추정하고 있다고 건축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이달 중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다음달 투자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필운 시장은 "랜드마크 복합건물 신축을 위해 민간자본은 물론 외자유치도 검토하고 있다"며 "건물이 완공되면 1만여명의 상시 근무자와 5만여명의 유동인구가 발생해 준공 첫해 1천900억원, 이후에는 매년 370억원의 재정수입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천루 안양 시청사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부지기수다.
우선 현재의 시청사가 지난 1996년 10월에 완공돼, 지은지 14년밖에 안되는 멀쩡한 건물이라는 점이다. 안양시는 이 건물을 이명박 정부 방침대로 '저탄소 녹색건물'로 리모델링하려면 4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만큼 새로 짓는 게 낫다고 주장하나, 일반 재건축 등은 30년이상이 돼야 재건축 허가를 내주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없다.
더 심각한 점은 지난 십수년간 안양시의 재정자립도가 급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양지역 11개 시민단체가 모인 안양시민단체협의회가 지난해 12월13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안양시 재정자립도는 1991년 90.6%, 1995년 86%, 1999년 82.7%이었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2001년 72.5%, 2005년 66.9%, 2009년 65.3%로 수직추락을 거듭해 왔다. 걷는 세금보다 더많은 돈을 지자체가 펑펑 써왔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비록 민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하나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100층이상 마천루를 짓다가는 재정이 완전 파탄날 공산이 크다. 안양시가 추산한 100층짜리 신청사 건축에 소요될 비용은 토지값 7천349억원, 건축비 1조5천억원을 합해 총 2조2천349억원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지자체들은 호화청사 등을 짓다가 재정이 파탄나, 빚을 끌어다가 간신히 지자체 공무원 월급을 주고 있는 한심한 상황이다.
또한 안양에 100층 이상의 마천루를 지었을 때 과연 들어올 기업들이 얼마나 되겠냐는 점이다. 예상대로 입주를 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모든 안양시민들에게 떠넘겨지고, 예상대로 입주한다 할지라도 그대신 주변 오피스 건물들은 사무실이 텅텅 빌 우려가 크다.
일각에선 이같은 제반 문제를 검토할 때, 과연 안양시가 국내외 민자유치에 나선다 할지라도 1조5천억원의 건축비를 대겠다고 선뜻 응할 자본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설령 민자가 들어온다 할지라도 다른 민자유치 사업에서 볼 수 있듯, 예상했던 수익이 안 나올 경우 이 부담을 시로 전가하는 계약을 요구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거센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들의 '핑크빛 마천루 짓기' 공약이 계속 남발되는 심각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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