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 행사에 1억원을 지원해 로비 의혹을 사고 있는 국내최대 사행성게임 조직인 (사)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회장 정영수, 이하 KAIA)에 남궁진 전 문화관광부 장관(64)이 고문직을 맡고 있는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남 전 장관은 2002년 문화관광부 장관 재직 시절 상품용도 사행성 오락실에서 사용토록 허가해 '바다이야기' 사태의 근원을 제공한 정책책임자로 지목돼 왔다.

1월 KAIA 창립총회때 간판 역할

1일 본지 단독취재 결과, 남 전 장관은 현재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KAIA)의 고문직을 맡고 있으며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고문으로서 공개리에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해왔다.

KAIA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주)안다미로, (주)포리텍 등의 경품용 상품권 발행사를 비롯해 성인오락실 게임 개발사 및 제조사, 유통사 등을 회원으로 거느린 협회로,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이 지역구에서 부산국제디지털문화축제를 개최할 때 1억원의 협찬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KAIA는 (주)안다미로 김용환 대표가 주도해 지난해 1월 설립한 단체로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경품용 상품권 지정 로비를 해온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남 전 장관은 문제의 KAIA 창립 때부터 전임 문화관광부장관이라는 타이틀 탓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1월 19일 서울 릿츠칼튼 호텔에서 개최된 KAIA 창립 총회에 참석, 문화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것을 임직원들과 함께 축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고문인 남 전 장관 외에도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2003~2004년),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 김민석 한컴산 회장과 협회 회원사 및 관계자 2백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김민석 한컴산 회장은 현재 검찰에 체포돼 국회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으며, 상품권 지정권을 갖고 있는 우종식 원장은 'IT 노사모' 출신으로 역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남궁진, 지난 6월 최병호 회장과 함께 개소식에도 참석

남 전 장관은 지난 6월 7일 KAIA 사무실 입주식에도 참석,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최병호 경품용상품권발행사협회 회장이 참석해 남 전장관과 함께 케이크 커팅을 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한도를 초과해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한 의혹을 사고 있는 상품권 발행업체인 해피머니아이엔씨의 대표이자, 지난 4월 19개 상품권 발행사로부터 20억원을 거둔 사실이 드러나 검찰 내사를 받고 있기도 한 인물이다.

남궁진, DJ정권 말기에 상품권을 경품 목록에 삽입

동교동 가신 출신인 남 장관은 DJ정권 말기인 2002년 2월9일 문화부장관 고시 2002-2호를 통해 문화상품권을 경품목록에 넣었다. 문화부고시 2002-2를 얻어내는 데는 당시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회장이었던 은덕환씨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은 공통된 지적이다.

한컴산은 현 회장인 김민석씨가 최근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체포된 1만5천여 사행성 게임장 업주들의 단체이기도 하며, 김씨는 전임 회장인 은덕환씨의 지원으로 회장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 전 장관은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 "현금 거래와 사행성을 막기 위해 상품권을 도입했는데 너무 많이 발행되면서 결국 악용 대상이 되고 말았다"며, 자신의 무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남 전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현재까지 KAIA 고문직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펴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그의 역할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검찰 수사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