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인혁당 무죄 판결과 유신판사 명단 공개를 자신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일본군 출신 박정희 딸이라서 그러냐"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박근혜, 민주주의 조롱하고 역사 왜곡하고 있어"
김 의장은 1일 대구 제이스호텔에서 대구.경북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법원이 인혁당 사건을 사법살인이라 판결을 내리자 박 전 대표가 `그때도 법에 의해 결론을 내린 것이고 이번에도 법에 의해 결론을 내린 것으로 어느 법이 옳은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일본 제국주의와 독일 파시즘도 합법적 과정으로 정권을 잡았다"고 반박했다. 박정희의 유신을 파시즘으로 규정하며 반박한 것.
김 의장은 이어 "일본 제국주의는 `종군위안부를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끌고 나갔다'며 반인도적 범죄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군 출신이어서 박 전대표도 옛날의 제국주의, 옛날의 정신대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딸이기 때문에 그러냐"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박 전 대표에 의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조롱받고 역사가 왜곡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이날 앞서 이날 오전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고 경선 주자 중 한 분인 정치지도자가 이 정도의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면 국민과 역사에 부담이자 모독"이라고 박 전 대표를 비난했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일본군 박정희 딸이라 그러냐"고 원색적으로 공격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연합뉴스
'박정희 신드럼' 차단공세?
김 의장의 이날 '박정희 딸' 공세는 자칫 연좌제 비난여론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특히 박 전대표가 언급하지 않은 종군위안부 문제를 예로 들며 한 발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장이 '박정희 딸'을 거론하며 원색적인 공세를 편 데에는 여러가지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는 인혁당 무죄 판결 및 유신판사 명단 공개에 대한 박근혜 전대표 대응이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공세 측면이 있다. 김 의장은 이같은 박정희와의 대립 전선 구축을 통해 유신이래 민주화투쟁을 해온 자신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김 의장은 현재 탈당파와 사수파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로, 정치적 위상이 급속히 약화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박정희 신드럼' 차단이다. 현재 박정희 신드럼은 박 전대표뿐 아니라, 지지율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박정희 신드럼을 부수지 않고선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독주를 막기 힘들다는 판단을 김의장 등 범여권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의장의 '박정희 딸' 공세에 대해 박 전대표측이 가만 있지 않을 게 분명해, 앞으로 양진영간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