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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맨' 이동국, 그만의 생존법칙 찾다

감독과 팀이 요구하는 플레이와 역할 이해. 체력보강 관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한 4번째 한국인 선수 이동국(미들스브러)이 나름대로 무난한 데뷔시즌을 마쳤다.

이동국은 지난 2월 24일(한국시간) 레딩전을 통해 2006-2007 시즌 EPL 무대에 데뷔, 리그 경기(9경기)와 FA컵(2경기) 등 총 11경기에서 활약했다.

비록 팀의 포워드로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이동국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개선된 플레이를 보여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이동국으로서는 데뷔 시즌의 11경기를 통해 팀과 감독이 요구하는 플레이형태와 역할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갖게 된 점이 무엇 보다 큰 소득이다. EPL 무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그만의 생존법칙을 찾은 셈이다.

레딩과의 데뷔전 '골대 불운' 이후 데뷔 초기 시행착오

이동국은 데뷔전이었던 레딩전에 투입되자마자 골포스트를 맞히는 위력적인 발리슈팅으로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는데 성공했으나 이후 대부분의 경기에서 10분 이내의 짧은 출전시간 탓으로 이렇다할 활약을 펼쳐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동국이 상대적으로 체격적으로 우수하고 탄탄한 상대 수비진들을 앞에 두고 K리그에서 구사하던 '타겟맨' 스타일의 플레이을 답습, 상대에게 위협적인 면모를 보이지 못한데 있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기대하던 비두카나 야쿠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위협을 상대에게 가해 부담을 주지 못한다면 이동국으로서는 미들스브러의 새로운 스타일의 포워드로서 존재감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절감하게 된 데뷔 초기였다.

데뷔 초기에 발견된 문제점에 대한 해답은 외외로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기존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언급했던 제공권장악능력에 더해 이동국의 빠른 스피드와 넓은 범위의 활동능력을 활용한 공격력이었다. 전형적인 포스트플레이를 펼치는 비두카나 페널티지역 부근에서의 날카로움을 지닌 야쿠부와는 분명 구분되는 장점이다.

시즌 마지막 경기서 확인한 '리베로형 포워드' 이동국의 위력

그리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동국은 마침내 감독의 요구에 부응하는 플레이를 펼쳤고, 개인적으로도 가장 많은 기회를 만들어 내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지난 13일 밤 풀럼을 상대로 68분간 활약한 이동국은 이날 비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으나 분명 함께 출전한 비두카와는 다른 스타일의 공격작업으로 미들스브러의 공격루트 다양하게 한 결과 팀의 3-1 승리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특히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오가며 스스로 공격의 물꼬를 트고 슈팅 기회에서 슈팅을 날리는 등 활발한 몸놀림을 보여줬다. 이동국의 스피드와 넓은범위의 활동능력, 그리고 패싱센스를 골고루 잘 활용할 수 있는 활용형태였다. 굳이 이름을 붙여보자면 '리베로형 포워드'라고 할 수 있을 스타일이다. 이날 풀럼전은 결국 다음 시즌 이동국이 펼칠 플레이 스타일을 미리본 경기였던 셈이다.

물론 이런 형태의 플레이에 이동국으로서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 바로 체력적인 문제다. 90분 경기 내내 질척한 잉글랜드의 잔디구장에서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오가며 기동력을 활용한 공격을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인한 체력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동국도 언론들과의 인터뷰때마다 잉글랜드의 질척한 잔디와 이에 따른 체력의 문제를 거론한바 있다.

이동국의 EPL 데뷔시즌은 그가 스스로 밝혔던 것처럼 적응기였다. 적응기에 선수가 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것중에 하나가 팀과 감독이 자신에게 진정으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팀이 원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플레이와 역할을 이해, 팀과 EPL무대에서의 생존법칙을 체득한 이동국의 EPL 데뷔시즌은 일단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새내기 프리미어리거 이동국의 본격적인 무대는 아직 그 막이 오르지 않았다. 이제 겨우 리허설만을 마쳤을 뿐이다. 다음 시즌 펼쳐질 이동국의 화려한 본공연이 기대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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