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21일 전국위원회에서 경선 승복을 다짐했다.
이명박-박근혜, "경선 승복" 다짐
한나라당은 21일 김포공항 스카이시티 컨벤션센터에서 4명의 대선주자 및 1천여명의 전국위원 및 당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공정경선 결의대회 및 제3차 전국위원회’를 갖고 ‘8월-23만명’으로 확정된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날 이명박-박근혜-원희룡-고진화 등 4명의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강재섭 대표의 주재하에 ‘공정경선다짐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후보자의 당헌.당규상의 각종 경선규칙 철저 준수 ▲후보자와 당원들의 근거없는 음해와 비방 지양 ▲경선결과에 대한 후보자들의 승복 등을 약속했다.
이날 전당대회 결의에 따라 한나라당은 23일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경선관리위원회를 꾸리고, 늦어도 28일께 검증위를 출범시킨 뒤 이달 말이나 내달초께 후보 등록을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경선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날 전국위에서 확정된 경선 룰은 시기 조항이 '선거일전 180일까지'에서 '선거일전 120일까지'로 변경됐으며, 선거인단의 수는 전체 유권자수의 '0.1%'에서 '0.5%'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당내 경선은 '6월-4만명'에서 '8월-21만명'으로 치러지게 됐다. 국민참여선거인단의 투표 방식도 기존 시.도별 순회방식에서 전국동시 실시로 수정됐고, 당원 및 일반국민 선거인단 구성에서 40세 미만 비율이 '30% 이상'에서 '20% 이상 40% 이하'로 바뀌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1일 서울 김포공항 스카이시티에서 열린 제3차 전국위원회에서 공정 경선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한나라 경선 치열할수록 빛 발할 것"
행사 시작 15분전인 1시 45분께 행사장에 도착한 이 전 시장은 귀빈실에서 행사를 기다렸고, 이어 5분 후 박 전 대표는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장실을 가려다 박 전 대표와 마주친 이 전 시장은 먼저 인사를 건넷고 박 전 대표도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넥타이를 가리키며 “빨간 넥타이도 매고 오셨다”고 농을 건넸고,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를) 환영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행사시작후 단상 아래 맨 앞줄에 나란히 앉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간간히 귀엣말을 나누는 등 지난 주말 불교법회때 회동때보다는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공식 인사말에서는 언중유골의 가시가 느껴졌다.
먼저 인사말에 나선 박 전 대표는 “오늘 이 자리가 있기까지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전국위원들도 많은 걱정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 한나라당이 어떤 정당인가? 우리가 어떻게 이 당을 지켜왔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 직전, 한나라당의 상징인 푸른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다니지도 못했다”며 “후보자들은 유권자들 앞에서 명함을 주면 그 자리에서 찢는 일도 발생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당이 없어질 뻔한 위기도 이겨냈다”고 우회적으로 위기의 당을 구한 자신의 치적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 “우리 스스로가 정정당당하고 깨끗하지 못하면서 우리를 지지해 달라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할 것이고 떳떳하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경선 과정이 치열할수록 아름다운 결론은 더욱 빛을 발하고 국민을 감동 시킬 것”이라며 “경선이 끝나면 그날부터 모든 후보들은 오직 한 사람,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경선이 될 것이고 그런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우리는 국민의 절대적 지지 받고 있어"
반면 이 전 시장은 연말대선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는 등 우회적으로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우리는 긴장을 늦출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려할 필요는 없다”며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패했다고 해서 우리는 지나치게 패배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정당당하게 승리의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는 임해야 한다”며 “두 번의 실패를 우리는 딛고 그 두 번의 실패 이유를 찾아내서 앞으로 나가야한다. 실패에 젖어 끝에 지지 않을까, 이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고 거듭 연말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는 “우리는 자신감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서민을 살릴 정당도 한나라당이요, 경제를 살릴 정당도 한나라당 밖에 없다”며 “범여권이 무슨 수단을 써더라도 이 나라의 민생경제,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것은 한나라당 밖에 없다”고 우회적으로 '경제대통령론'을 폈다.
원희룡-고진화, “한나라당 대세론은 위험”
또다른 한나라당 대권 주자인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한나라당 대세론'을 경계하며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원 의원은 “워낙 지지율 높은 두 분이 싸우는데 말리려니 힘이 든다”며 “여러분이 힘을 좀 더 실어 달라”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시중에는 범여권 후보는 전직 대통령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의 힘겨루기 끝에 나온다는 말이 있다”고 범여권 단일후보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뒤, “이번 선거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까지 총동원되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선거 사상 가장 극적이고 가장 아슬아슬한 전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한나라당이 너무 한쪽에 치우쳐진 두 분의 버팀목 속에만 서 있으면 무너지기 쉽다”고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고진화 의원은 “오늘 대선주자 4명에게 박수를 보내는 날이 아니다”라며 “저희들이 박수 받을 일을 하지 못했다”고 자성론을 폈다. 그는 대신 “대신 여러분이 박수를 보낼 사람들은 우리 전여옥, 전재희, 강창희 최고위원들, 자기 몸을 던져 오늘 이 자리를 있게 한 분들”이라고 4.25재보선 참패 직후 강재섭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사직한 전임 최고위원들을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