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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운하' 십자포화에 고군분투

<현장> 홍준표 '뉴 이명박 킬러' 면모 과시도

29일 광주 5.18 기념 문화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주자 5명의 첫 경제정책토론회의 핫이슈는 역시 예상대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였다. 이 전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네 주자는 대운하를 정조준해 십자포화를 가했고, 이 전시장은 외로이 수성을 해야 했다.

박근혜 등 네 주자, '이명박 운하' 십자포화

이 전 시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대운하는 물류만을 위한 목적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이를 통해 환경이 살아나고 지역이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후보자간 10분 토론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언급하지 않던 박 전 대표는 추가 지정토론 시간에 "한반도 대운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고진화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어 비판을 가했다.

박 전 대표는 "21세기에 그런 운하를 파서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타당성이 있느냐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경부운하는 인구 3천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해 운하를 만드는데 거기를 지나가는 화공약품이나 시멘트를 실은 바지선이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되느냐. 강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의원도 "18㎞짜리 경인운하가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5백30㎞짜리 경부운하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운하를 건설하면 물동량은 많아지겠지만 주변으로 안개가 끼면서 기후조건이 달라지고 환경이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운하는 환경 파괴다. 어떻게 4년 안에 할 수 있나"라며 "낙동강에 배가 다니다가 최근 독일처럼 배가 침몰할 경우 부산 시민들은 한 두달간 생수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진화 의원도 "속도의 시대에 왜 느린 운하를 갖고 승부를 보려고 하느냐. 우리 국민 3분의 2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국민 식수원인 한강과 낙동강을 가둬서 이를 위험하게 하고 썩게 하려고 하느냐"면서 "생명을 파괴하는 분단의 구상을 계속하면 나중에 국민의 엄중한 심판이 예상된다"고 공세에 가담했다.

원희룡 의원도 "물류 목적이 20%에 불과한 사업에 그처럼 엄청나게 막대한 돈을 들여 국운을 걸어야 하는가"라고 거들었다.

이명박 "운하 만들면 도리어 수질 개선돼"

이명박 전 시장은 이같은 공세에 대해 "대운하는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최고의 IT 기술이 없으면 못한다"며 "유럽 운하는 환경 복원을 대전제로 한다. 나도 운하가 환경을 파괴한다든가 환경보호에 반한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겠다"고 반격을 가했다.

그는 "정부가 낙동강과 한강 수질개선을 위해 2015년까지 투입할 20조원으로 운하를 만들면 결국 정부 돈 20조원이 절감되고 수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온다. 그런 점에서 근본적 수질대책이 운하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많은 분들이 물을 가둬두면 썩지 않느냐는 기초적 질문을 한다. 이는 맞지 않으며 바이칼호나 소양강댐 물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한강 역시 양쪽 수중보에 가둬둔 물이지만 그 물을 깨끗하다고 하고 있다. 가둬졌다고 썩는 물이고, 흐른다고 맑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홍준표 의원은 "내가 한강수질 관리하는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라며 "흐르는 물도 어려운데 물을 가둬놓고 일급수 만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뉴 이명박 킬러'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에 이 전시장은 "초보적으로 생각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감정적으로 대응, 양측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명박, 박근혜의 '줄푸세' 공약 공격도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 전시장 등은 박 전대표의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겠다는 약칭 '줄푸세' 공약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줄푸세에 대해서는 누구나 생각이 똑같다. 감세도 중요하지만 세출을 줄이는 게 중요한 데 세출규모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며 " 내가 서울시장 시절 예산낭비를 많이 줄였는데 세출 절감 방안을 설명해 달라"고 은연중 자신을 부각시키며 박 전대표에게 공세를 폈다. 홍 의원 역시 "줄푸세 정책은 한나라당이 지난 5년간 정부를 상대로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정책을 다소 구체화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작년 당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52조원이 낭비됐고 감사원 감사에서는 중복사업이 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정부의 방만경영을 줄이면 매년 9조원 정도의 혈세를 아낄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박 전 대표도 이어 반격에 나서 이 전 시장의 '대한민국 7.4.7 구상'(7% 성장률, 10년후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을 거론하며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왜 10년 뒤의 공약을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비꼬았다. 박 전대표는 또 이 전 시장의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공약에 대해서도 "과학을 살리는 것도 외형에 치중하는 건설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이 전시장을 '토목주의자'로 규정한 뒤, "대전, 대구, 광주 등의 기존 과학도시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전 시장은 이에 "경제효과는 보통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운다"고 맞받았고, 과학도시 공약과 관련한 공격에는 "박 전 대표가 말하는 정도가 아닌 한단계 뛰어넘는 과학도시에서만 원천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이들의 대체적 관전평은 이 전시장이 앞으로도 계속해 박 전대표 등 4인의 협공을 받을 경우 적잖은 고전이 예상되며, 특히 '뉴 이명박 킬러'를 자임하는 홍준표 의원의 공격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광주=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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