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의 한나라당 경선후보들은 28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마지막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상대방의 경쟁력을 문제 삼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포성 없는 전쟁이 또다시 막을 올린 것이다.
특히 앞의 세차례 토론회에서 실점을 한 이명박 후보는 이번 토론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고 하는 반면, 박근혜 후보는 이번 토론회를 지지율 역전의 계기로 삼는다는 목표로 이 전시장을 압박, 서로가 치열한 열기를 내뿜었다.
이명박 "시대의 도덕적 기준 지키며 살아왔다"
이명박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저는 꿈을 현실로 만들며 평생을 살아왔다. 오로지 일에 빠져 살아왔다"며 "제가 살아온 길은 꽃길이 아니었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릇도 깨고 손을 벨 때도 있었다. 순백의 삶은 아니더라도 그 시대의 도덕적 기준을 지키면서 살아왔다"며 안팎의 검증 공세가 근거없는 정치공작임을 강조했다.
그는 "정권연장에 눈 먼 사람들이 온갖 음해를 하더라도 저는 꿋꿋이 이겨낼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 후보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선거중립내각을 구성, 국정에 전념하라"고 노 대통령을 질타했다.
그는 "경제를 아는 지도자가 나오면 반기업정서가 친기업정서로 바뀌고 그 순간 시장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에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하면 투자를 크게 늘릴 수 있다"며 "한반도 대운하는 석유보다 중요한 물을 관리할 근본대책이고, 제가 아닌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믿을 수 있는 후보 내세워야"
박근혜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3년 전, 우리 한나라당은 해체될 위기까지 겪었다. 천막당사에서 무릎 꿇고 마지막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드렸다. 국민들께서 그 약속을 믿어 주셨기에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후보와 우리의 약속을 국민이 믿을 수 없다면, 정권교체도 없다. 꼭 이겨야 하기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이 전시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그는 "앞으로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사심없이 전국 최고 인재들을 모아서 시스템으로 이끌어야 한다. 저는 당도 계파없이 그렇게 이끌었다"며 거듭 이 전시장을 겨냥한 뒤, "저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았고, 한 번 약속한 것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켰다"고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5명이 28일 마지막 정책토론회를 갖기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이명박 되면 '검증문제' 있고, 박근혜 되면 '민주 대 반민주 구도'
홍준표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만약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검증문제'가 대통령 선거일까지 갈 것이고, 만약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면 대선구도가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갈 것"이라고 거듭 이명박-박근혜 필패론을 주장했다.
그는 "만약 저 홍준표가 후보가 되면 범여권의 검증에서 흠잡힐 여지가 없고, 국적법, 반값 아파트 등 범여권의 아젠다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애 정책도 공격당할 여지가 없다. 아울러 수도권 뿐 아니라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공멸의 길로 치닫고 있어"
원희룡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지난 몇 달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지지율로 대세론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걱정이 되고 가슴이 답답해 올까"라고 반문한 뒤, "극적으로 경선은 치르게 됐지만 상생은 없고 공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 정책은 없고 치유하기 힘든 흠집내기만 남았다"고 이명박-박근혜 검증공방을 비난했다.
그는 "아직도 늦지 않았다. 기득권과 구태를 뛰어넘은 흠 없는 원희룡을 선택해 달라. 저 원희룡에게는 여러분의 그 절실함을 엮어낼 수 있는 확실한 본선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진화 "색깔론-계파정치에 발목 잡혀"
고진화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회와 위기라는 양면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전세계적인 탈냉전과 동아시아 신데탕트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아직도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분단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후진적 정치관행, 색깔론, 계파정치라는 낡은 유령이 우리 정치를 발목잡고 있다"고 한나라당의 체질을 비판했다.
그는 "민주주의 기본질서가 뒤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한나라당 후보로 내세울 수는 없다"며 "규칙을 예외 없이 철저하게 지켜내는 것, 이것이 검증의 출발이다. 줄 세우고 편 가르고 힘 싸움 하는 정당은 이제 잊고 화합하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으는 상생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63빌딩 앞서 이명박-박근혜 지지자 치열한 기싸움
이날 행사가 열린 여의도 63빌딩 앞에선 앞의 토론회때와 마찬가지로 이명박-박근혜 지지자들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박사모' 등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먼저 63빌딩 앞 자리를 차지, 응원전을 펼치자, 다소 늦게 도착한 MB연대 등 이명박 후보 지지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측은 꽹과리와 북 등의 악기를 동원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고, 대형 플래카드와 태극기 등을 동원해 한치 양보없는 기 싸움을 벌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마지막 정책토론회에서 ▲서민경제를 살려 '위대한 중산층의 시대'를 만들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핵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겠다 ▲신 성장동력을 확보해 미래의 일자리 3백만개를 만들겠다 ▲뒤처지는 아동 없는 교육을 만들겠다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과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겠다 ▲국민이 아프고 힘든 곳에 찾아가 봉사하는 정부를 만들겠다 ▲동서화합, 남북 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과의 약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