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인 1987년 10월19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인 22.6%(508포인트)나 폭락했다. 이를 국제금융계는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라 부르고 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366.94포인트(2.64%) 급락한 13,522.02에 거래를 마치며 5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낙폭은 신용경색 확산으로 387포인트나 급락했던 지난 8월9일 이후 최대이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74.15포인트(2.65%) 내린 2,725.16,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도 39.45포인트(2.56%) 내린 1,500.63을 기록했다.
이날 주가 급락 주범은 미국 대표기업들의 실적 악화 소식이었다.
와코비아은행은 이날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대출) 부실 등의 여파로 3.4분기 순이익이 16억9천만달러(주당 89센트)로 작년 동기보다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와코비아의 분기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6년만에 처음이다. 앞서 전날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날 잠재적 신용부분 손실 상각과 대출 손실 등으로 3.4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32% 감소한 37억달러(주당 82센트)에 그쳤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의 3.4분기 순이익도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순익은 작년 동기보다 21% 늘어난 9억2천7백만달러(주당 1.40달러)를 기록했지만 월가가 예상한 1.43달러에는 못미쳤다. 캐퍼필러는 미국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중장비 수요 감소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적인 항공기 및 자동차 부품업체 하니웰 역시 3분기 순이익이 14% 늘어났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자동통제시스템(ACS)의 순이익 부진으로 3.9% 내렸고 3M도 3분기 순이익이 7% 늘어났음에도 주가는 8.6%나 급락했다. 이밖에 3.2분기 순이익이 57%나 급락한 미국 최대 복사기기업 제록스, 15% 감소한 미국 최대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 주가 등도 맥을 못췄다.
부동산경기 침체에서 시작된 미국경기 침체가 고유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산업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루였다.
단 하나,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만이 전날 3분기 순이익이 10억7천만달러(주당 3.38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46% 증가했다고 밝힌 영향으로 0.8%오른 644.71달러를 기록해 신고가를 세워 월가에 그나마 위안을 줬다.
<마켓워치>는 "이날 증시 급락은 20년전 1987년 10월의 섬뜩한 사건을 되새기게 했다"며 이날을 '모진 금요일'(Bleak Friday)로 명명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일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서 행한 강연에서 "불확실성은 통화정책의 주도적인 특징"이라며 현 시기를 '불확실성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의 정책결정은 반드시 경제의 상황이나 구조에 대해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검토해야 한다"며 추가금리 인하를 시사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수직상승하면서 미국주가가 폭락하는 등 세계증시에 한풍이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