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중고교생 500여명, 빗속 '귀환 기원'
"무사히 돌아와줘", "좀만 참아"
비가 내리고 땅거미가 지자 곳곳에서 단원고 1·3학년 학생과 졸업생, 인근 중·고교생들이 단원고로 하나둘씩 모였다.
오후 8시께 학교 본관 앞은 모여든 학생 500여명으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학생들의 손에는 '웃는 얼굴로 꼭 다시 만나자', '너희들의 미소가 그립다', '무사히 돌아와줘', '좀만 참아', '사랑해'와 같은 메시지가 적힌 A4용지가 한장씩 들려 있었다.
많은 학생이 한곳에 모여 있었으나 단원고 총학생회 간부 등의 안내를 받으며 일사불란하게 운동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운동장 앞 단상에 선 단원고 총학생회장은 "오늘은 준비한 메시지를 (실종된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1시간 가량 (행사를) 계획했다. 진도에 있는 후배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침묵하겠습니다"며 침묵기원의 시작을 알렸다.
총학생회장의 발언이 끝남과 동시에 학생들은 일제히 손에 들고 있던 메시지를 머리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행여 어둠 속에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까 휴대전화 불빛을 종이 뒤편에 비춰 멀리서도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흰 불빛들은 마치 학생들 눈에 맺힌 눈물처럼 방울방울 흔들렸고, 운동장을 가득 채운 침묵은 넓디넓은 바다보다도 깊고 웅장하기까지 했다.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운동장 앞 국기게양대 쪽에서는 실종학생의 친·인척과 학부모 일부는 두 손을 모아 함께 기원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여고생은 "친척 동생이 사고가 난 배에 타고 있었다. 생존한 학생으로부터 동생을 객실 안에서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무사히 돌아와 달라'는 메시지가 동생에게 전달됐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단원고 인근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인 최모(16)군은 "사고당한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은 없지만 아는 형으로부터 단원고에 가자는 연락을 받고 왔다"며 "직접 두눈으로 보니 슬픈 마음만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의 진심이 통했는지 내리던 빗줄기도 어느덧 줄어들었고 침묵기원도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이번 학생들의 모임은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후배들을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며 SNS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간 학교 건물 앞에서는 '무사귀환을 위한 안산시민 모임'의 안산시민 촛불기도회가 열렸다.
촛불기도회에 참석한 지역주민과 실종학생 친·인척 등 50여명은 숨진 학생과 교사, 승무원 등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들의 이름을 잊지 맙시다'고 추모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