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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조건없이 양보하겠다"

박근혜측 "수용하겠다", 강재섭 리더십 치명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4일 저녁 경선 룰 갈등과 관련, '강재섭 중재안' 중 문제가 된 여론조사 비율 67%를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이 두토막 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았던 한나라당 내분사태는 최악의 파국을 피하는 양상이다.

이명박 "조건없이 양보하겠다"

이 전시장은 이날 저녁 7시 안국동 자신의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강재섭 대표가 지난 9일 제시한 중재안 3개항 가운데 박 전 대표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제3항 `국민투표율 하한선(67%) 보장을 통한 여론조사 반영비율 확대 조항'을 전격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요즘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상 며칠동안 밤을 지새웠다"며 "아마도 우리들 앞에 놓인 가장 최우선의 과제는 지금 시점에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 이 정권교체라는 중대차한 일을 놓고 우리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고 최근 내분사태에 대해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사과했다.

이 전시장은 "나는 당을 구한다는 그러한 마음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나는 강재섭 5선 의원이 사퇴를 걸고 중재안을 내놓은 것을 받았지만 이제 말씀 드린대로 계속 당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면서 중재안에 대해 조건없이 양보하기로 했다"고 양보를 선언했다.

이 전시장은 "이 일을 계기로 해서 우리 당이 화합하고 단결해서 아름다운 경선을 이룰수 있고, 경선을 통해서 오는 12월 19일 우리 국민 모두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하겠다"며 연말 대선 승리를 다짐했다.

이 전 시장은 기자회견후 일문일답에서 결단시기를 묻는 질문에 "밤을 지새우다시피한 뒤 오늘 새벽녘에 결심했다"면서 "의원들과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아름다운 경선을 하고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 배수진을 친 강 대표에 대해서도 "강 대표가 중심을 잡고 당을 개혁하고 잘 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측 "수용하겠다"

이 전시장은 앞서 이날 답십리 동대문구 체육관에서 2천여 명의 당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명박 전 시장 초청 당원교육'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잘못되는 것이 아니냐고 한나라당을 걱정하고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의 역사적 소명이 얼마나 큰데 누가 함부로 당을 깨겠나"라고 말해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며 양보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그는 "저는 하늘이 두쪽 나도 한나라당 후보로 대통령에 출마하려는 것"이라며 "당을 떠나서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었다.

이같은 이 전시장의 양보에 대해 박근혜 전대표 진영은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이 전시장 발표전 이날 본지와 만나 "여론조사 비율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강재섭 대표가 제안한 전국동시투표 등 세가지 중 나머지 두가지 안은 수용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미 물밑에서 양측이 당내 원로 등을 매개로 상당한 절충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날 한나라당에서는 당 분열 사태를 막기 위해 4선이상 중진의원들이 모여 이명박-박근혜 양측에 상호양보를 촉구했으며, 박희태 전 부의장등이 강재섭 대표를 만나 사퇴를 만류하는 등 하루종일 부산한 모습을 보였었다.

이처럼 이 전시장이 극적 양보를 함에 따라 박 전대표가 '경선 불참'까지 하면서 불투명해졌던 오는 8월 한나라당 경선은 15일 상임 전국위에서 재수정된 강재섭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예정대로 치러질 전망이다.

경선 룰 갈등과 관련, 양보를 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강재섭 리더십 치명상

이 전시장의 이같은 전격 양보로 정계은퇴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자신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거나 이명박-박근혜 양측이 타협할 것을 압박했던 강재섭 대표의 거취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강대표 사퇴시 비대위 체제 구성 등의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일단 강 대표 유임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외형상 강 대표가 제안한 세가지 사항 중 두가지가 수용된 모양새를 취한만큼 사퇴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체면은 살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그러나 이번 파동과정에 박근혜 진영의 강한 반발을 사는 것은 물론, 중도파 의원들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아 지도력이 치명적 타격을 입은만큼 과연 앞으로 당 대표로서 대선을 관리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번에 경선 룰이란 고비는 넘었으나, 앞으로 검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강 대표 체제의 지속 여부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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