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에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가운데,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공적자금 투입을 주장한 류근찬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이 하루라도 빨리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최악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며 거듭 공적자금 투입을 주장했다.

류근찬 "정부 체면 따질 때 아니다. 즉각 공적자금 투입하라"

류근찬 의장은 25일 오후 <뷰스앤뉴스>와 인터뷰에서 "적어도 은행의 경우는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단계가 온다"며 "그때 가서 질질 끌려가는 식으로 해봤자 정부 체면만 구기고, 늑장대응으로 치러야할 요금만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은 항상 한 발 늦다. 이대로 가다가는 피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우회해 갈 방법도 없는데 저렇게 버티고 있다"며 "정부에서 우리 은행들 신용에는 아무 문제없다고 백날 떠들어봤자, 외국 은행들은 우리 은행들에 돈을 안 빌려준다"며 공적자금 투입없이는 은행들의 달러-원화 유동성 부족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단언했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정부도 잘 알고있으면서도 임기 초이기도 하고, 국내 정치 상황 뭐 이런 걸 고려해서 섣불리 더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현재 건설 경기 및 실물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이 상황은 피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치료를 당사자인 은행에 맡겨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며 "그게 바로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며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지방 중소기업들 '악' 소리나, 200~300% 사채 쓰는 기업이 태반"

그는 지방 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에 대해 "말 그대로 ‘악’ 소리 난다"며 "우리 지역만 해도 건설, 제조업 등 중소기업 규모들의 업체가 많다. 매일같이 지역 업체 대표들이 운영자금과 관련한 민원제기를 하고 있다"며 충청권의 심각한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도무지 운영자금을 은행에서 빌려쓸 수 없다는 거다. 지난번 대통령도 은행한테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라고 고함지르다시피 했던데 실질적으로는 현장에는 전파가 안된다. 은행들이 기업 대출금 회수에 열을 올리지, 대출에는 전혀 신경을 안쓴다"며 "기업들이 그러다 보니 너무 어려워 심지어 사채를 끌어다 쓰는 기업들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그는 "200%, 300% 되는 사채를 총알(현금)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빌려 쓰는 거다. 당장은 숨통이 트일지 모르나 결국에는 독이 돼서 돌아오는 거 그걸 알면서도 쓰는 상황"이라며 "이러다가는 지방기업들부터 먼저 다 쓰러진다. 지방 기업들에 딸린 지역 식구가 얼만가? 이대로 놔뒀다가는 지방경제 파탄은 불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주식 발언에 대해서도 "그게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대통령 경제관이란게 그런 거였나? 왜 지난번에는 '펀드 사라'고 그러더만... 그때 대통령 말 듣고 펀드 샀으면 다 꼴아박았을 거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우리가 피부로 느끼거나 전문가들 분석을 종합하면 지금과 같은 불황은 시작에 불과하고, 위기는 적어도 4~5년은 더 간다고 하더라. 그런데 대통령이 거기다가 주식 사라? 그러면 떼돈 번다? 그런 인식으로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지 정말 한심하고 걱정스럽다"고 질타했다.

다음은 류근찬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 인터뷰 전문.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게 공적자금 투입이다"

뷰스앤뉴스(이하 뷰스) 자유선진당이 원내에서는 최초로 은행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공식 제의했는데 현 은행권 상황이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는 것인가?

류근찬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이하 류근찬) 지금 은행권의 사정을 나타내는 자료가 9월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 발표된 것이 없다. 6월말 기준으로 가계부채 660조원, 주택담보대출 229조원, 금융권 건설사 파이낸싱프로젝트(PF)대출 79조원, 저축은행 PF 연체율 14.3%, 은행 예대비율 120% 수준 등 은행의 부실가능성을 나타내는 수치들이다. 그런데 이 수치들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더욱 악화되었을 것이다.

금융권 부실의 또다른 한축인 건설업계를 보면, 9월까지 부도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는 모두 25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6% 급증했다. 또한, 중소 건설업체의 은행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1.46%에서 올 6월말에는 2.26%로 상승했다.

이처럼 노무현 정권 때의 부동산 버블경기에 편승해 PF대출과 주택담보대출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건설사가 힘을 합쳐 전국에 ‘묻지마 아파트 건설’에 나섰다가 부동산 및 실물경기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이번에는 그야말로 양측 모두 부실화 되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현재 건설 경기 및 실물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 상황은 피할 수도 없을 뿐더러,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할 필요가 있다. 이 치료를 당사자인 은행에 맡겨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그게 바로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거다.

"IMF 때도 찔끔찔끔 조치하다 공적자금 투입 규모만 늘려"

뷰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는 공적자금 투입 결정 자체만 하더라도 국가신인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또 우리 금융권 사정이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반박하는데?

류근찬 그거는 한면만 보는 것이지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보는 측면은 아니다. 과거 우리가 IMF 직후에 어떻게 했나? IMF때도 6조, 16조, 54조 이런식으로 계속 늘려나가다가 결국 168조까지 올라가지 않았나? 찔끔찔끔 공적자금 투입해봤자 효과만 반감된다.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자는 주문을 우리가 하는거다.

그리고 어차피 적어도 은행의 경우는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단계가 온다. 우리는 그렇게 본다. 그때가서 질질 끌려가는 식으로 해봤자 정부 체면만 구기고, 늑장대응으로 치러야 할 요금만 올라간다. 오히려 대내외적 압박으로 뒤늦게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국가신인도가 더 추락하는 꼴밖에 안된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정부도 잘 알고있으면서도 임기 초이기도 하고, 국내 정치 상황 뭐 이런 걸 고려해서 섣불리 더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은 항상 한 발 늦다. 이대로 가다가는 피할 수 없는데, 그렇다고 우회해 갈 방법도 없는데 저렇게 버티고 있다. 정부에서 우리 은행들 신용에는 아무 문제없다고 백날 떠들어봤자, 외국 은행들은 우리 은행들에 돈을 안 빌려준다.

금융권들 역시 열심히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기에 노력하면서 괜찮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은,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되면 은행장들을 비롯해 부실 경영 책임을 추궁당하고, 정부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도 저렇게 버텨보려는거다. 그러나 이미 IMF 시절 똑같은 상황을 우리가 겪었지 않았나?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뷰스 은행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면 그 규모는 대략 어느정도일 지? 일각에서는 100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던데?

류근찬 공적자금 투입 규모 추계는 야당으로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은행에 대한 자료도 없고 오직 그것은 정부만 가능하다. 투입 규모는 은행부실 정도와 구조조정의 범위, 대상, 향후 경기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방 기업들, 그야말로 악 소리 나"

뷰스 지방건설업체의 연쇄부도에 따른 지방 경제 악화 우려도 높은데 현 지방 경기 상황이 어떤가? 특히 의장의 지역구인 충청권 사정은?

류근찬 말 그대로 ‘악’ 소리 난다.

우리 지역만 해도 건설, 제조업 등 중소기업 규모들의 업체가 많다. 매일같이 지역 업체 대표들이 운영자금과 관련한 민원제기를 하고 있다. 도무지 운영자금을 은행에서 빌려쓸 수 없다는 거다. 지난번 대통령도 은행한테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라고 고함지르다시피 했던데 실질적으로는 현장에는 전파가 안된다. 은행들이 기업 대출금 회수에 열을 올리지, 대출에는 전혀 신경을 안쓴다.

기업들이 그러다 보니 너무 어려워 심지어 사채를 끌어다 쓰는 기업들이 태반이다. 200%, 300% 되는 사채를 총알(현금)이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빌려 쓰는 거다. 당장은 숨통이 트일지 모르나 결국에는 독이 돼서 돌아오는 거다. 그걸 알면서도 쓰는 상황이다. 우리 지역 기업들이 무슨 거창하게 키코에 가입하고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평상시 운영하는 기업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지방기업들부터 먼저 다 쓰러진다. 지방 기업들에 딸린 지역 식구가 얼만가? 이대로 놔뒀다가는 지방경제 파탄은 불보듯 뻔하다. 그래서 우리가 더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은행에 돈을 돌게 해달라는 거다.

"주식 사라고? 그게 대통령이 할 소리냐"

뷰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요직의 인사들은 “우리 재정은 문제없다”고 하는가 하면, 박희태 대표는 "경제를 이 정도로 유지하는 것도 대통령의 큰 노력"이라고 하는데?

류근찬 그것 참... 대통령이 오늘 “지금 주식 사면 1년내 부자되니까 주식 사라”고 했다면서? 그게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대통령 경제관이란 게 그런 거였나? 왜? 지난번에는 “펀드 사라”고 그러더만... 그때 대통령 말 듣고 펀드 샀으면 다 꼴아박았을 거 아닌가?

우리가 피부로 느끼거나 전문가들 분석을 종합하면 지금과 같은 불황은 시작에 불과하고, 위기는 적어도 4~5년은 더 간다고 하더라. 그런데 대통령이 거기다가 주식 사라? 그러면 떼돈 번다? 그런 인식으로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 지 정말 한심하고 걱정스럽다.

그리고 대통령이 계속 “정부는 흑자도산을 막아야한다”고 하는데, 지금 흑자도산만 중요한가? 지방의 수천, 수만의 중소기업은 ‘적자도산’ 상태다. 그리고 그 적자는 뭔가? 환율 폭등에 따른 원자재값 부담이다. 거기에 더해 은행들은 돈줄을 막고있고... 소수의 흑자도산 문제로 작금의 심각한 사태를 호도하지 말라.

그리고 강만수 경제팀을 보고 자꾸만 ‘전쟁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던데, 전투력을 상실한 패장에게 전투를 계속 맡기면 그 전투는 어떻게 되나? 정부는 계속 강변만 늘어놓고 있다.

"공격적 국민연금 운용, 기금 안정성 심각히 훼손해"

뷰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에 따른 대량 손실 사태도 우려되고 있는데?

류근찬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로 작년연말 대비 올9월말까지 수익률이 -24% 정도다. 손실 금액만 10조3천억이다. 다만 약7조원 정도의 채권수익금이 발생해 국민연금 전체 손실은 -1.36%로 3조2천억원이다.

그러나 아직 통계에 잡히지 않은 9월말 이후 코스피지수가 32% 가까이 폭락한 것을 감안할 때 국민연금 주식투자 손실분은 약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해외 유명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율보다는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것처럼 수십퍼센트 이상의 손실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정부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식투자 비율을 높여나가거나 기금공사를 설립해 공격적인 기금운용을 추구한다면 국민연금 기금의 안정성은 심각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