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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왕 '쿠데타 승인', 미국은 강력 반발

미국 '무슬림 권력자'에 부담, 축출된 탁신 런던에 도착

쿠데타 발생 직후 침묵을 지켜왔던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쿠데타를 승인했다. 그러나 미국은 무슬림 출신 사령관이 쿠데타를 주도한 점을 우려하는 듯 쿠데타의 정당성을 인정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 양국간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푸미폰 국왕, 쿠데타 승인

20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등 외신에 따르면, 푸미폰 국왕은 군부 쿠데타를 승인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모든 국민은 평온을 유지하고 군 지휘부의 명령에 따르다"고 지시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민주개혁평의회'도 방송을 통해 "푸미폰 국왕이 손티 분야랏글린 육군 총사령관을 평의회 의장으로 정식 임명했다"고 밝혔다. 평의회는 또 푸미폰 국왕이 "탁신 총리는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부정축재와 권력을&nbsp; 남용해 국가 사정 기관에 개입했을 뿐더러 국왕에 대한 존경심이 없기 때문에 그에 부여한 권력을 거둬들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왕의 쿠데타 승인에 따라 '민주개혁평의회'는 임시헌법 제정과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손티 사령관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초까지 임시헌법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면 새의회가 구성되고 새 총리도 임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리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2주안에 임시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 10월쯤 총선이 이뤄지고 향후 1년 안에 민주주의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민정이양 일정도 밝혔다.

미국 "쿠데타 정당성 인정 못해"

반면에 미국은 쿠데타 자체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토니 스노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쿠데타에 실망한다"며 "태국이 가급적 빨리 민간 통치의 민주질서를 회복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쿠데타 세력의 조속한 민주주의 회복 약속이 이행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톰 케이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태국과의 관계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빠른 시일 내에 태국의 민주적인 선거 실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의 반발은 외형상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쿠데타를 주도한 손티 총사령관이 무슬림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슬람과 테러의 전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의 전초기지인 태국에 무슬림 권력자가 출현한 대목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미국과 태국 양국간에는 상당한 갈등조정 기간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축출된 탁신, 영국에 도착

한편 국왕의 쿠데타 승인으로 공식적으로 총리직에서 축출된 탁신 총리는 미국을 떠나 영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는 탁신 총리의 딸이 유학 중이며, 그의 호화 개인주택도 있다.

영국 정부도 탁신 총리가 개인자격으로 이날 오후 늦게 런던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탁신 총리가 영국에 망명할 것인지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탁신 총리의 부인 등 일가도 쿠데타가 발생하자 20일 새벽 즉시 태국을 떠나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탁신 총리가 싱가포르에 은닉해둔 재산을 바탕으로 재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탁신 총리는 "권력을 포기하지도 망명할 곳을 찾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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