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애연가들이 "‘순하다’는 의미의 ‘라이트(light)'라는 표현을 상품명에 사용, 건강에 대한 피해가 적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소비자를 속였다"는 이유로 각 담배 회사를 고소한 소송이 미국 연방지방법원의 '집단소송 권한' 인정으로 열리게 됐다. 이들은 담배 회사들에 대해 사상최대 규모인 최고 2천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집단소송 인정으로 곤경 처한 담배회사 주가도 급락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지법 잭 와인스타인 판사가 순한 담배 흡연자들에게 최대 2천억달러(약 1백88조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와인스타인 판사는 이날 “담배 회사들이 라이트 담배가 보통 담배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를 발견했다”며 “‘라이트’라는 표현이 들어간 담배를 구입했던 미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든지 집단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담배 이름에 '라이트'를 썼다가 담배사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됐다. 우리나라에도 후폭풍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연합뉴스
수백만명 집단소송 참여 예상
집단 소송이 인정된 데다 와인스타인 판사가 집단소송 참여 범위까지 광범위하게 적시함에 따라 개별적으로 재판을 받을 경우보다 소송에 따르는 부담이 가볍고, 많은 사람이 참가하기 쉽다는 점에서 개인들의 참여가 잇따를 전망이다. 현재 집단소송을 주도하는 변호사들은 수백만명이 원고인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상 최대규모의 소송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슈바브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소송은 2004년 바버라 슈바브 등 8명의 원고가 필립 모리스 미국 법인,RJ 레널즈, 브라운 앤드 윌리엄스 등 대형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집단소송 권리를 주장하면서 시작됐고, 이들은 담배 회사들이 거둔 1천2백억∼2천억달러의 수익금을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와인스타인 판사가 내년 1월27일 공판에서 배심원단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이번 판결은 지난달 워싱턴DC 연방지법의 글래디스 케슬러 판사가 ‘라이트·저타르·마일드(mild) 등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표현을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한 것에 이어 나온 판결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필립 모리스 등 담배 회사들은 “와인스타인 판사가 잘못된 법적 판단을 했고, 사실 관계도 잘못 판단했다”고 반박하며 항소할 뜻을 분명히 한 데 이어 결정취소를 요구하는 한편 연방고등법원에 상소할 절차를 밟겠다고 공식 방침을 표명했다.
이에 앞서 오하이오주 대법원은 지난 6월 담배 회사들의 속임수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판부 내에서 팽팽하게 대결 양상을 보인 가운데 순한 담배에 대한 집단소송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며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담배 주가 폭락
‘순한 담배’는 1971년 출시된 후 미국에서만 전체 흡연자의 45%가 피우는 등 수천만명이 애용해 왔다.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미국 담배 회사 주가는 일제히 급락, 필립 모리스의 모회사인 알트리아그룹 주가가 6.4%, 레널즈 아메리카 주가는 3.7% 하락했고, 다우존스 미국 담배지수는 5%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