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구제역 환경재앙' 축소은폐?
'황당' 이만의 "매몰지 3%만 문제. 침출수보다는 분뇨가 문제"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11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구제역 환경재앙' 우려를 희석시키기 위해 부심했다.
그는 앞서 지난 7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환경 오염원이 될 수 있어 전례 없는 '환경 재앙'이 일어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가 10일 당정회의에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로부터 "왜 뒷북을 치느냐"고 호되게 깨진 바 있다. 때문인지 그는 이날 환경재앙 우려가 과장된 것임을 강조하느라 부심했다.
그는 우선 부실 매몰지 상황과 관련, "경북에 990여개 매몰장소가 있는데, 그 중에서 3% 정도, 29개가 말하자면 붕괴되거나 또는 비가 많이 올 경우에 일부 유실될 우려도 있는 만큼 특별하게 손을 봐야 되겠다 하는 것이 나왔다"며 "어제 일부 보도 매체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30%가 넘는 곳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을 솔직히 올리고, 이번 매뉴얼대로 매몰한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린 3% 정도의 우려 대상 매몰지를 특별 관리해서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전날 <조선일보> 보도를 과장보도로 몰아갔다. 겨우 '3%'만 문제인 것을, '30%'나 문제인 것처럼 <조선일보>가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인 셈.
그는 더 나아가 구제역 침출수에 따른 지하수 등 식수원 오염 우려에 대해서도 구제역 때문이 아닌 축산분뇨 때문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축산농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그는 "현장에 가서 보면 축산농가들이 축산분뇨나 청소 뒤처리 같은 것을 완벽하게 하는 걸 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그래서 우리도 현장에서 나오는 침출수 피해가 정말로 매몰지에서 새어나온 것인지, 아니면 축산농가들이 관행적으로 가축을 관리하면서 소홀히 한 폐기물 처리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된 것인지가 구분이 안 된다. 나는 오히려 매몰장소에서 새어나온 것보다는 축산관리를 소홀히 한데서 오는 지하수의 일부 오염이 더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본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의 말대로라면 정부가 그동안 구제역 매몰작업을 대단히 모범적으로 해 환경재앙 우려는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가축 320여만마리가 떼죽음을 한 공황적 사태에 겨우 매몰지 '3%'만 문제가 있다는 건 극찬을 받을 만큼 완전한 업무처리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은 이 장관뿐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읽힌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10일 당정회의후 "당정회의를 한 결과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론을 폈다. 그는 1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언론에서 '환경재앙'으로 다가온다든지 하는 그것은 과장된 보도였다"고 강변했다. 정부여당이 한 목소리로 구제역 환경재앙 우려를 불식시키려 부심하고 있는 셈.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이 장관이 환경재앙 우려가 과장임을 강조하고 있던 11일 같은 시간, 경북 영주의 농민 황사락씨는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한달 전 매몰이 있었던 영주 상황과 관련, "(매몰후) 20일 넘어서 그게 돼지매몰된 데에서 폐수가 내려와서 하천으로 방류돼가지고 애로가 많이 있다"며 "지하수를 먹고 있는데 오염이 많이 되었다. 하천에 옛날에는 물고기가 많이 서식을 했는데 물고기 한마리도 구경을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지금 구제역으로 인해가지고 매몰된 폐수가 많이 나올 우려가 많고 지금 앞으로 날씨가 더우면 참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냄새가 말도 못한다"며 악취가 진동하고 있음을 전한 뒤, "뻘건 게 하천으로 내려와서 감당 못해서 톱밥으로 도랑에 하천에 막고 그러는 것을 보고 있다"며 침출수 유출의 심각성을 전했다.
구제역 환경재앙 상황을 조사중인 시민환경연구소의 김정수 부소장도 같은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보면 정말 심각한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침출수가 새어나와서 붉게 변하고 지금은 얼어붙어 있지만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그 얼음이 녹아서 핏물 침출수가 지하수를 통해서 식수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침출수의 독성에 대해서도 "청색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지사성 지수가 있고 패혈증 일으키는 균이나 식중독균이 섞여 나오고 있다"며, 침출수 유출 기간에 대해서도 "연구사례를 보면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지하수로 유입되는 것은 20년 이상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염병 창궐 가능성에 대해서도 "바이러스는 변화가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또 침출수 관리가 알 안되면 지표수에 노출이 될 수도 있고 그러면 먹이나 이런 것들에 의해서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 여러 쥐라든지 이런 것들도 또 매개를 하기 때문에 지금은 동물들에게만 되고 있지만 그게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는 사실은 장담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날 <한겨레>는 경기 남부의 한 구제역 발생 양돈농장의 언덕에서 파묻지도 않은 채 함부로 내다 버린 새끼돼지들의 사체를 야생동물들이 뜯어먹은 참혹한 현장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방역전문가들은 구제역으로 죽은 돼지의 살점을 뜯어먹은 들짐승, 날짐승들이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매개체 구실을 했을 것이라며 '구제역 사후방역 불감증'을 개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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