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5일 자신의 '조철봉 섹스' 발언 파문과 관련, 대변인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나라 "청와대 언론탄압 강조하는 과정에 나온 것"
강 대표는 "경위를 불문하고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이 요구하고 있는 대표직 및 의원직 사퇴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나 대변인은 강 대표가 직접 사과를 하지 않고, 대변인 발표 형식을 취한 이유에 대해 "강 대표가 오늘 공식일정이 없기 때문에 대변인 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나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강재섭 대표의 발언은 청와대의 언론탄압이 지나치다는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4일 발언은 '청와대 언론탄압'과는 무관하게, '강안남자' 주인공 조철봉의 성행위 묘사 빈도가 왜 줄어들었냐고 한 노골적 성적 농담이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이같이 애매한 유감 표명 및 해명을 다른 정당 및 여성단체 등이 수용할 지는 의문이다.
인명진 "강 대표가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
한편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도 강 대표 발언을 윤리위에서 문제삼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인 위원장은 강 대표 유감 표명에 앞서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 "단순한 윤리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기 때문에 윤리위가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리로 강 대표 문제를 비켜나갔다.
인 위원장은 "이 문제가 사회적, 정치적으로 여러 파장을 낳고 있지 않느냐. 국민의 심려도 있고 질타도 있는 점을 강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 만큼 국민을 바라보고 사과할지 또는 책임질지에 대해선 강 대표가 스스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을 하리라고 본다"고 말해, 강 대표가 사과를 할 경우 더이상 이를 문제삼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윤리위가 일부러 이 사건을 다루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나간 사건 중 당내 견제와 압박이 심해 소신껏 처리 못한 사건은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윤리위서 해결된다면 다루겠지만..."이라고 강변하며, 이 사건을 윤리위에서 다루지 않을 것임을 재차 분명히 했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이 강 대표 문제를 외면함에 따라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터질 경우 윤리위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가 불가능해졌다"며 "사실상 참정치를 표방하고 출범한 윤리위 생명도 종지부를 찍은 게 아니냐"는 냉소가 나오고 있다.
인명진 윤리위원장과 담소하고 있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인 위원장은 강 대표 파문이 윤리위 징계대상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