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5일 자신을 '좌파'라고 비난하며 당의장 사퇴를 촉구한 강봉균 정책위의장에 대해 “수구냉전 세력을 옹호하려면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강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과 완별 차별화하면 민노당이 된다"며 거듭 김 의장 사퇴를 촉구해, 향후 만들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근태, 강봉균에게 한나라당행 촉구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한민국에 수구냉전 세력은 한나라당 하나로 충분하다"며 "남북경쟁과 특권경쟁의 정글로 달려가는 길은 한나라당이 대표선수로서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데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면 한나라당으로 집결하면 된다"고 우회적으로 강봉균 정책위의장을 질타했다. 사실상의 출당 요구다.
그는 "향후 우리 사회를 움직일 설계도가 올해 대선에서 결정될 것이며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부류"라며 "첫째는 남북경쟁과 특권경쟁의 정글로 달려가는 길이고, 둘째는 한반도 평화와 경제번영으로 가는 길로, 평화번영 정책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 갈기갈기 찢긴 사회를 통합시켜 르네상스를 열 것"이라고 전날 강 정책위의장의 발언을 질타했다. 그는 "그것을 추진할 세력이 신당에 참여하면 된다"며 "우리 처지가 어려운 것은 평화와 번영의 길을 국민에게 확 띄도록 현실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으로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짝퉁 한나라당을 만들면 역사의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날 강 정책위의장의 신당 발언을 재차 질타했다.
그는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시장적'이라고 비난한 강 정책위의장의 주장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는 분명한 당론이고 지난 총선의 공약이었는데 이런 사실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이 있는 것 같다"며 "작년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기본정책으로 채택했고 그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한나라당 세력과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대비되는 명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하며, 그런 미래 비전으로 연말에 한 판 승부를 걸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는 것도 그것을 위한 것이며, 나는 평화번영의 명품 시대를 위해 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맡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기도 했다.
새로 만들어질 통합신당의 정체성을 놓고 대격돌하고 있는 김근태 의장과 강봉균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강봉균 "한나라당과 완별 차별화하면 민노당 돼"
이에 대해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5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중산층 지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정책을 완전히 차별화하면 결국 민주노동당 밖에 안된다"며 "한나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만 당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은 결국 집권당이 아니라 소수야당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변했다.
강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은 보수적인 정책노선을 취하고 우리당은 서민층에 주안점을 둔 정책을 펴고 있지만 결국 중산층 정책에서는 양당이 겹친다"며 "중산층의 지지를 잃어 지지율이 10∼15%로 떨어지면 집권여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현실적 정책 대안을 내놔 한나라당에 빼앗긴 지지를 되찾는 게 중요하다"며 거듭 자신의 분양원가 공개 반대 등이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또 전날 주장한 김근태 의장 사퇴론에 대해 "한나라당과 다른 소리를 해도 국민들에게 전혀 호응을 못 받는 현실"이라며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온 지도부는 목소리를 낮추든가 2선으로 물러나든가 해야 할 것"이라며 재차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