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안희정 등 현 정권의 실세들이 음모적으로 준비한 작품"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계동 "盧, 여야 구분없이 센 쪽 밀겠다는 식"
박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안희정씨가 지난 2005년 5월에 작성한 '정치지형 변화와 국정운영'이라는 문건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박 의원은 "문건의 '향후 국정운영의 시기별 세부계획'을 보면 2007년 1월부터 개헌 국면, 대선국면 관리로 들어가 개헌 국면을 통한 시민사회의 민주적 사회참여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며 "이는 재집권 전략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집권 후반기와 정권 재창출 문건으로 소위 안희정 사단의 핵심파들이 만든 문건"이라며 "이 문건을 보면 '대통령 정치의 강화'와 중심이동을 이야기하고 있고, 재집권 전략 핵심을 말하면서 기존의 보수세력의 영향력이 커 대통령이 정치권 싸움으로는 재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회권과 묶어서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문건에는 '2007년 1월부터 개헌국면, 대선국면 관리'라고 하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을 관리한다고 나와 있다"며 "여야 관계없이 이쪽이 세면 이쪽을 밀고 저쪽이 약하면 주저앉히는 식으로,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음모적이고 반민주적인 발상"이라고 성토했다. 요컨대 노 대통령이 퇴임후 안전보장을 위해 여야 대권주자중 가장 유력한 주자와 협상을 벌이려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이는 청와대가 차기 대선주자까지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노무현 정부의 재집권 기도 문건"이라며 "이것만 봐도 지금의 개헌 정국, 개헌 화두가 얼마나 음모적인가를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의가 노 측근 안희정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연합뉴스
보고서 "<서프라이즈> 대신할 4~5개 인터넷매체 지원해야"
박계동 의원이 증거로 제시한 문건은 2005년 4월 재보선 직후인 5월에 작성한 '정치지형 변화와 국정운영'이라는 제목의 문건으로 모두 82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이뤄져 있다.
박 의원이 이 가운데 최근 노대통령의 개헌을 안희정 사단의 음모라고 주장한 대목은 마지막 장인 '시기별 세부계획' 가운데 76쪽의 '2005.06~2005.08 당·정·청 체제정비'기 및 '2005.09~2006.12 참여정부정책의 가시적 성과'기에 이어 마지막 3기로 규정한 기간.
보고서에는 '2007.01〜2007.12 개헌국면, 대선국면 관리'기라고 적힌 다음에 구체적 과제로 '여야당 대선주자 관리, 개헌논쟁을 통한 시민사회의 민주적 사회참여 폭 확대'를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문건에는 어떻게 여야 대선주자를 관리하고, 개헌논쟁에 시민사회를 어떻게 끌어들일까는 적시돼 있지 않다.
그러나 보고서 곳곳에는 이를 감지케 하는 대목이 읽힌다.
한 예로 '개혁적 시민사회의 활동화 추동'이란 제목의 정책제언 가운데 73쪽의 '인터넷 민주공론장의 재구축을 위한 대안'이란 항목에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 대안이 적시돼 있다.
보고서는 "현재 민주파, 개혁파의 시민세력이 장악하던 인터넷공론장은 이미 보수세력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며 "당-정-청의 삼원구조가 총체적으로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는 가장 먼저 비판적 지지자가 우선 떨어져나가고, 적극적인 지지자는 인터넷공론장에서 고립되어 견해를 피력할 동력을 상실한다"고 작금의 인터넷에서의 노무현 지지층의 고립화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친노매체인 <서프라이즈>의 고유명사를 직접 언급하며 "서프라이즈의 경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특정 경향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제2, 제3의 4-5개 정도 인터넷 토론그룹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서프라이즈>를 대신할 4~5개 인터넷 매체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언급
보고서에는 이밖에 최근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언급돼 주목된다.
보고서의 79쪽에는 '대통령정치 복원' 방법과 관련, "초당파 이슈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대통령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구체적 방안을 나열하고 있다.
보고서는 '외교안보이슈에 대한 대의회 협력정치의 전략적 극대화'를 위해 "한미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을 전후로 여야 지도부와의 자연스러운 연쇄접촉 등을 통해 임시국회의 쟁점과 정치적 공세 등 국내이슈를 최소화하고 국제문제에 대한 대통령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협력유도해야 한다"며 "남북대화의 진척과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세적으로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초당당파적 정국주도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
보고서는 또 ' 동아시아 평화, 번영을 위한 정당,사회단체 8·15공동선언문 제안'이라는 항목에서 " 6.15공동선언의 완전한 이행,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미동맹의 발전, 한일관계의 회복 등을 내용으로 초당적 인식과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야당지도부 면담에서 대통령 산하에 여야 및 사회단체가 동수로 참여하는 동아시아 평화번영을 위한 8.15 공동선언문 기초소위 구성을 제안한다"고 적시돼 있다.
보고서는 1년8개월전 작성된 오래된 것으로 상황 전개는 보고서 내용과 다르게 전개됐으나, 보고서 내용 중 일부 내용이 최근 민감한 정치사안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한편 박 의원은 문제 보고서가 안희정 사단 작품이라고 주장한 근거와 관련, 본지와 통화에서 "2005년 당시 언론에 일부 내용이 전해지면서 작성자가 안희정씨라고 보도된 적이 있으며, 개인적으로 청와대에 확인해본 결과 청와대에서 사실이라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최근 안희정씨가 연구소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 연구소 이름을 처음에 '재집권전략연구소'라고 붙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