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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언론 출연 금지령' 파문 확산

<현장> 고진화 "민방위 교육장이냐" vs 이방호 "시끄러"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발의에 대해 '무시작전'으로 대응하기로 한 한나라당 수뇌부가 언론이 주최하는 개헌 찬반토론에 당 소속의원들이 참가하지 말라는 '언론 출연 금지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우리가 빠지면 여당 혼자 나오기 힘들 것"

김형오 원내대표와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은 10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일체 개헌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당 지도부의 '무시' 방침을 전했고, 이에 이병석 원내부대표는 “노 대통령의 정략적 개헌제안에 대해 당 차원에서 슬기롭게 대처하기로 의결했으며, 이에 따라 일절 방송 등 언론출연교섭에 원칙적으로 응하지 말아줄 것을 당의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언론 출연 금지 방침을 전잘했다.

이어 방송사 기자출신인 심재철 홍보전략본부장이 “의원 개개인에 대한 방송 토론프로그램 요청이 어제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 같다”며 “프로그램의 형평성을 갖춰야 하며 개헌이 옳으니 그르니 하며 불필요한 논쟁이 오가지만, 한나라당이 빠지면 여당 혼자 나오기 힘들 것이다. 실제 오늘 아침 프로그램에도 찬성쪽에는 청와대와 여당이, 반대로 야당이 나와 숫자적으로 2 대 1이 됐다”라고 언론 출연 금지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물론 상대의도를 알려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문제는 시점으로 지금은 아니다라는 것"이라며 "당분간 토론 출연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언론 출연 금지를 주문했다.

10일 한나라당 의총에서 의원들의 언론 출연 금지 지시를 내려 물의를 빚고 있는 한나라당 지도부. ⓒ연합뉴스


고진화 "여기가 민방위 교육장이냐" 반발

당연히 소장파 등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고진화 의원은 손을 들어 발언을 신청하며 “방송 등 언론 출연 금지 결정 등 말씀하신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저는 도저히 이해 안간다"며 "어떻게 의원들 모아놓고 결정해 놓는가. 민방위 교육장도 아니고 이런 말은 안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도부 결정을 질타했다.

그러자 이방호 의원은 “조용히 해! 시끄러워”라고 고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일부 의원들도 “노무현이 하고 DJ하고 노선이 제일 좋다고 하대. 윤리위 뭐 하는 거야?”라고 고 의원을 비난했다.

이어 안상수 법사위원장이 발언에 나서 “무시전략으로 나가야 한다. 말려들 필요가 없다. 그래서 말려들지 말고 TV 토론도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거듭 언론 출연 불가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더이상 토론없이 결의문을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자 남경필 의원이 손을 들어 “토론시간을 주어야지 그냥 끝내는 것은 안된다”라고 강력반발했고, 김형오 원내대표가 다시 토론없이 결의문 채택을 강행하려하자 남경필, 원희룡, 고진화, 권오을 등 4명의 의원이 반대토론을 신청해 그후 의총은 비공개 토론으로 진행됐다.

남 의원은 비공개 토론에서 “의총이 의견을 많이 듣는 의총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방송 등에 의원이 나가서 당의 입장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지도부의 함구령을 질타했다.

의총직후 ‘방송 출연 금지까지 정한 것은 과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비판적 지적에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당분간 논의 자체에 대해 토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당분간이다. 조금 시일이 지나고 나면 입장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열린우리당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토론봉쇄 구태정치"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언론출연 금지령에 대해 "잘 아시는 것처럼 KBS라디오 열린토론, EBS 토론까페, MBC 100분토론, KBS 심야토론, SBS 시시비비 등이 한나라당의 거부로 모든 개헌 관련 토론에 정치인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하는 일방적인 정치 행위이며,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토론 봉쇄 구태정치라고 밖에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언론계에서도 노 대통령의 제안으로 국민적 관심사가 된 개헌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의 출연 금지령으로 각종 토론회가 무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다수 국민이 개헌은 다음 정권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마당에 뭐가 겁나서 토론회를 기피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의 언론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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