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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는 정치 9단 아니다"

<인터뷰> 최재천 의원 탈당변 “밖에선 죽었다는데 안에서만..."

열린우리당을 24일 전격 탈당한 최재천 의원이 “열린우리당은 이미 죽었다”고 사망선고를 한 뒤 "선도탈당자로서 향후 탈당 의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뒤 이들과 함께 제 3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할 판을 만들어 한나라당에 승리함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당밖에서 죽었다는데 당안에서는 기적 바라고 있어”

최재천 의원(서울 성동구갑)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은 식물인간처럼 연명하고 있으며, 당밖에서는 죽었다고 하는데 당 안에서는 기적과 함께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며 “껍데기만 남은 정당으로 계속 가는 것은 죄악이라는 점에서 당을 해체하고 국민들의 권익과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위하고 옹호하는 정책정당으로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열린당 해체와 민주진보정당의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동안 부동산 원가공개 방침, 국가보안법 폐지 방침, 사학법 등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상징성을 갖고 했던 대표법안들이 수석당원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휘둘렸다”며 “이같은 과거의 정치행태를 되풀이해온 노 대통령은 이제 미래의 정치질서는 자신의 구도가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이 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자각하고 정치권의 흐름에서 물러선 채 국정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최근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은 지난 재임 기간 중 수많은 제안을 던졌는데 성사된 것은 10%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더 이상 정치 9단이 아니며 정치적 실험이나 모험은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있어 남한이 단결하듯이 한나라당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분열할 시간이 없다는 점에서 모두가 힘을 합쳐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함께하는 민주진보정당을 만들어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 사수파에 대해서도 “친노 당 사수파는 정당개혁을 근본주의 차원에서 보고 기간당원 제도에만 집중했고, 그 결과 민심과 유리된 의사결정을 거듭하면서 서민과 시민사회와 단절된 끝에 결국 국민으로부터 포기와 저주를 자초했다”며 “특히 자신들 정체성의 핵심은 기간당원제인데 이를 정략적인 이유로 포기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달빛 정당에 불과” "제3후보론은 유효"

그는 탈당 결심 과정에 대해 “지금 선도탈당의 문제는 거대한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새로운 등정의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것으로 특정계파가 차린 베이스캠프라면 다 망하고 누구도 오지 않을 것”이라며 “탈당 시기와 여부는 전혀 쟁점이 아니었다. 고민하지 않았다.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흐름에 대한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득권 없이 몸을 던져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에 나설 것”이라며 사전협의에 따른 탈당설을 부인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선 “한나라당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는 달빛 정당으로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강도 정책도 없는 그런 수준의 정당에 불과하다”며 “반면 열리우리당은 실패는 했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개혁진보세력으로서 진화를 되풀이했으며 언제나 구각을 벗고 새롭게 변했다는 점에서, 진심어린 자세로 겸손하게 성심성의를 보이고 반성하며 서민과 중산층,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행동을 하나씩 보이면 국민들에게 그 진정성을 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낙관했다.

그는 제3후보론에 대해 “제 3후보가 누구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치인들의 의무”라며 “그런 의미에서 제 3후보론은 여전히 유효하며, 다시 경쟁력이 강화된 후보들이 가장 공정한 게임의 판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인.이계안 의원과 최 의원의 탈당에 이어 개혁 성향의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최 의원은 먼저 탈당한 자신이 탈당파들이 운신한 장을 마련함으로써 후속 탈당의원 및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기존 정치권과 시민사회세력들이 함께할 정책연대를 결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어 최 의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다음은 최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열린우리당을 24일 전격 탈당한 최재천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단호한 표정으로 “열린우리당은 이미 죽었다”며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김홍국 기자


뷰스앤뉴스 마침내 탈당선언을 했다. 탈당선언의 배경과 내용에 대해 설명해달라.

최재천 의원 이번 탈당은 정말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다. 헌법기관이자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하므로 대단히 두렵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 상태에서 본다면 더 이상의 생명력을 잃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 말이 단순하게 열린우리당을 부정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바란다는 전제 하에 열린우리당은 죽었거나, 식물인간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제가 보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당밖에서는 죽었다고 하는데 당 안에서는 기적과 함께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모세의 기적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기적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눈곱만큼의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구시대의 정치를 깨고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 정책정강을 갖추고 실행하는 정책정당으로서 민의를 정책으로 연결시키고 국민들의 권익 옹호를 하는 그런 정당이 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열린우리당은 정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껍데기와 형식만으로 존재하는 정당이 됐다. 이대로 가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정치질서, 정당질서 모색해야하는 길에서 탈당만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뷰스앤뉴스 열린우리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므로 탈당 결정이 힘들었을 것이다. 지지자 등을 포함해 누구와 의논했나. 말리는 사람은 없었나.

최재천 의원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구민이다. 그동안 지역구민들은 이런 식의 정치문화는 맞지 않다는 것을 저에게 무수하게 주문했다. 주변 동료의원들의 문제의식도 다 마찬가지였다. 탈당을 안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저처럼 성질이 급한 사람과 좀더 원만한 사람의 차이일 뿐이며, 모두들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당에서 가장 중진이고 보수적인 분도 한두달안에 탈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

문제의식이 같고 완급의 차이나 사소한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동료 의원들과 상의하는 것은 매우 쉬웠다. 저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어서 제가 행동하는 방식이 독불장군식의 발상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고 위안이 됐다.

제 지역구에서는 저의 탈당을 찬성하는 여론과 좀더 지켜보자는 여론이 9.5대 0.5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탈당 선언 뒤 지역구에서 오는 전화는 모두들 결과적이지만 탈당을 잘 결행했다고 칭찬하거나 격려하는 것이었다.

연말에 지역구민들에게 탈당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했다. 신년하례회 때도 화이트보드에 제 생각을 그리고 써놓고 1시간 동안 강의했다. 이미 지구당이나 지역 차원에서 탈당 서명운동도 벌어졌던 상황이다. 내일 지역에서 탈당 관련 보고대회를 하기로 했다. 지역구민과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다. 지구당이 없어진 뒤 이런 형식은 극히 이례적이다. 저의 결정을 지원하고 지지해준 지지자들과 지역민들에게 아주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역구민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정말 과단성 있게 결정했다.

뷰스앤뉴스 평소 신뢰가 두터운 천정배 의원 등과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치인과는 누구와 어느 정도 상의했나.

최재천 의원 그 분들은 다들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어느 당직자가 성급한 결정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인은 결국 자기책임 아래 결정해야 한다. 다른 정치인이 곁에 있다는 것이 서로 위로하는 기능이 될 수 있지만 이 거대한 완전경쟁의 정치판에서 어느 누구가 누구의 진로나 운명을 결정하고 또 맡길 것인가. 스스로 결정하고 유권자에게 물어야 한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

탈당이라는 지금의 정치적인 결정을 고전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정책이 같을 때는 물론 함께 할 수 있다. 그때도 견제와 균형의 방식이 적용된다. 천 의원이 법조계 선배이고 당 중진인 분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존중하지만, 저의 탈당을 과거의 계파 차원에서 탈당으로 재단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왜곡된 해석이다.

지금 선도탈당의 문제는 거대한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새로운 등정의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것이다. 특정계파가 차린 베이스캠프라면 다 망한다. 누구도 오지 않는다. 그런 뜻이나 의사가 있다면 차라리 현재의 대세와 흐름에 따라서 함께 가야 한다. 필요충분조건에 대해서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선도탈당파들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다 안다. 과거처럼 계파나 전파 등 기득권으로 작용해서는 완벽하게 망한다.

탈당 시기와 여부는 전혀 쟁점이 아니었다. 고민하지 않았다.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흐름에 대한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 정치인들이 정치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 아니겠는가. 특히 조급한 정치적 야망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순수하게 이해해달라. 각종 연대를 구성하는데도 순수한 의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기득권 없이 몸을 던져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에 나설 것이다.

뷰스앤뉴스 신기남 의원은 진정으로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물으며 당에서 사력을 다해 개혁에 매진하자고 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어떤 점이 원인이었고 더 이상 열린우리당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가.

최재천 의원 신 의원에게 역으로 질문하고 싶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관련 분과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이 10여명이나 있다. 그런데 모두들 신중론 입장에 서있다. 그중 일관되게 문제점을 제기한 사람이 누구인가. 저와 심상정 의원과 두 사람만이 그렇게 했다. 다른 의원들은 상황에 따라 협정 체결을 적극 지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열린우리당의 구조하에서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역으로 질문하고 싶다.

물론 다수의 집권여당이자 교섭단체의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국회법의 도움을 받아 힘있게 개혁전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먹고산다. 열린우리당에서 무엇을 하든 국민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작년 5.31지방선거 패배 이후 열린우리당이 무슨 일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9개월을 허송세월 하고 이번에는 비대위 결정도 원인 무효가 됐다. 무슨 수로 무슨 개혁을 할 수 있는지 묻고싶다. 새로운 판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 제가 이런 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실패할 경우 ‘지나친 정치적 모험주의’에 빠져있었다고 비판받을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다가오는 세대들에게 정치판에서 퇴출당하게 것이다. 그것이 국민의 심판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당정분리를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이 소통에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노 대통령이 심각하게 제시한 공약으로 집권여당과의 분리를 하겠다는 실천 노력이 당정 분리로 나타나면서 정책 실천을 하는 도구인 당정간의 창구가 없어진 것이다. 당은 당규상의 문제에만 국한됐고, 실제 힘을 갖지않는 희미한 존재로 매도됐다. 지나치게 그런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정당개혁을 근본주의 차원에서는 기간당원 제도의 개혁으로 보고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민생개혁을 할지에 대해 민심과 유리된 의사결정을 했다. 서민과 시민사회와의 단절이 필연적으로 따랐다. 결국 국민으로부터의 포기와 저주를 자초한 것이다.

최 의원은 "국민을 위해 당을 해체하고 국민들의 권익과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위하고 옹호하는 정책정당으로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국회 법사위에서의 질문모습. ⓒ 최재천 의원실


뷰스앤뉴스 ‘탈당의 말씀’에서 정당개혁 근본주의에 매몰됐다고 했는데, 이는 당 사수파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리고 문제의식은 무엇인지. 당 사수파는 탈당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편 양상이다.

최재천 의원 당 사수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쇠락한 것은 그중 한 명의 구성원인 제 책임이 크다고 자성한다. 그러나 저는 일반 국가 정책에는 깊은 관심과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저는 정당정책이나 제도에 대해서는 헌법적인 수준의 법률전문가적인 지식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친노 사수파들의 자기 부정행위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분들은 지역구도 타파는 정당개혁에서 오고, 이는 기간당원제를 유지하는데서 온다고 봤다. 그런데 비대위 권한을 부인하는 소송 후 법원이 이를 수용한 뒤 탈당 파문이 일자 친노 직계는 기초당원제로 바꾸는 결정이 잘못됐다고 했던 데서 어제부로 기간당원제를 포기하고 기초당원제를 중심으로 치를 수도 있다고 했다.

자기들 정체성의 핵심은 기간당원제인데 정치상황이 흔들리고 힘드니까 정략적인 이유로 포기했다. 이것이 바로 정략이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치인으로 존재하는 근거에 대해 맞바꿀 수 없는 것 아닌가. 망해도 정치적 양심은 지켜야 한다. 늘 이런 식으로 겉으로는 원칙이지만 내부적으로 실용적인 입장에서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이 기간당원제 분란으로 나타났고, 당 분열을 가져온 핵심 원인이 됐다. 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뷰스앤뉴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서민들의 바램이 무너졌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최재천 의원 부동산 원가공개 방침이 그랬고, 국가보안법 폐지 방침이 동력을 잃은 것이 그렇고, 사학법 역시 그랬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상징성을 갖고 했던 대표법안들이 수석당원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휘둘렸다. 과거의 정치행태를 되풀이했다. 실질과 내용에서 당정 분리가 이뤄진 것이다.

대연정 제안 역시 문제라는 인식을 지금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개헌안 제안도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

첫째, 대통령이 어제 신년연설부터 원포인트 개헌에 토지공개념 개념을 넣고 있었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은 우리 헌법의 구석구석에 들어가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도 정면으로 인정한 것이다. 우리 헌법이 토지의 생산한계를 인정하므로 문제는 실천인 것이지 헌법의 조항이 아니다. 토지공개념은 대한민국 헌법에만 있고 국가의 개입과 질서에 대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헌법에 규정돼 있다. 중소기업 보호도 마찬가지다. 이런 헌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우리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실천이 문제다.

헌법은 그동안 독재자에 의해 편의적으로 또는 누더기식으로 유용됐다. 이후 87년에는 헌법 개헌이 정파적으로 이뤄졌다. 우리 헌법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이승만에 의해 당초 내각제였던 제헌헌법이 대통령제로 바뀐 데서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면 국회와 각종 위원회를 통해서 임기초부터 진지하게 해야지, 마치 국정의 실패를 전가하듯이 개헌을 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둘째 헌법 개정은 국민의 축복속에 이뤄져야 한다. 가장 좋은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헌법이 꾸준히 정부에 의해 관리하면서 총의를 모아가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의 개헌 작업으로 일본국민들의 총의를 모으는 수준이 80%까지 갔다고 한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숨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한다면 언젠가는 헌정사적으로 불행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헌은 국민주권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목표와 절차를 갖춘 헌법 개정이어야 한다. 헌법 개정 논의는 집중적으로 하되, 전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거두는 것이 바른 권력의 자세라고 본다.

뷰스앤뉴스 노무현 대통령의 어젯밤 신년회견을 봤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계속 정치를 끌고 가겠다고 했다. 당 사수파도 같은 입장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행보도 영향을 미칠텐데.

최재천 의원 어젯밤 보고 아침에 탈당했으니 그 연설이 탈당 결심에 미친 영향이 굳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연설은 노 대통령의 평소 취지 그대로였다.

관심이 간 부분은 양극화의 원인을 세계화와 정보화로 규정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재촉했다. 양극화와 한미 FTA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사회 안전망에 대한 준비 없이 정부가 제시한 4대 선결과제에 대해 급격하게 추진했을 때 미칠 영향과 사회적 파급 효과 및 대안 등에 대한 연구가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의 레임덕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 했던 이야기가 맞다고 본다. 정치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하산하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이다. 남은 임기가 적다고 대통령의 권위와 권한이 절대 훼손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계주를 하는 게임이라면 다음 사람이 바톤을 받을 수 있도록 위해 미리 뛰어야 한다. 최대한 속도를 높인 뒤 상대가 바톤을 받도록 공간을 용인해야 한다. 이를 레임덕을 연계시켜서는 안된다. 미래의 정치질서는 자신의 구도가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이 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은 너그럽게 방관해야 후반기가 자연스럽게 마치게 된다.

노 대통령은 더 이상 정치 9단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지난 재임 기간 중 수많은 제안을 던졌는데 성사된 것은 10%도 되지 않는다. 이제 정치적 실험이나 모험은 불가능하다. 사수파도 일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실제 만나보면 사수파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사수파나 혹은 중도파, 개혁신당파 사이에 감정의 대립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북한 사람 있어 남한이 단결하듯이 한나라당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분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들 상황인식이 비슷한 반면 절차적인 차이만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후 홀가분한 표정을 짓던 최 의원은 중국의 문호 루쒼의 “죽일 수 있어야 살릴 수 있고, 증오할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으며, 살릴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가슴에 담고 있다고 밝혔다. ⓒ 김홍국 기자


뷰스앤뉴스 열린우리당이 이미 실패했다. 또 다시 실패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제대로 개혁하지 않고 당을 떠나는 게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재천 의원 첫째 실패할 것이다라는 점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실패도 결과로서 예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도 사람의 일이지 않은가. 우연적 요소가 있고 능력이 미치지 못해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은 부단히 그러지 않도록 노력하고, 그동안의 경험과 반성을 토대로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소통과 연대를 강화하고 책임있게 내건 정책들이 정치권 내부가 아닌 진정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나온 것이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정강정책에서 나올 수 있는 실패의 확률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개혁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대단히 억울한 비판이다. 이것은 개혁을 제대로 안했기 때문이지, 개혁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은 억울한 느낌이다. 임종인 의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개혁이라는 상표로 내건다면 충분히 개혁을 가슴에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물론 제대로 된 민생개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행보에 비춰볼 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 듯이 개혁정신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이면 지난 3년 동안 못낸 성과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뷰스앤뉴스 관료들의 반민주적 행태를 막지못하고 시민사회와 소통이 꽉 막혔다고 했는데.

최재천 의원 관료주의의 덫은 한국역사의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1940-50년대는 일본 식민지에서 훈련 받은 경찰과 만주군, 미군정 교육 받은 이들이 나라를 지배했다. 미군과 연합군 작전을 통해 배운 사고방식이 군사주의로 작용했고, 친일군사의 잔재까지 겹쳐 군사작전 단계에 그쳐 있었다. 이후 경제발전 과정에서 관료주의가 부상했고 기술관료, 경제관료, 사법관료들이 90년대 중반까지 권위주의 사회의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이후는 민간과 비정부기구(NGO)인데 그때 교육받은 사람들이 행정부 구석구석에 자리잡았고 정치판에도 포진해있다. 이들은 가장 기술적으로 효율성을 발휘할 능력을 가진 집단이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정치집단은 이들 관료들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 폐해가 참여정부 이래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호가 아닌 진정한 대안이 없었다. 탄핵의 열풍으로 당선된 탄돌이로서 국회에 진입한 사람들이 능력 부족으로 인해 관료들의 기능주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참여정부의 처참한 실상이다.

정치활동을 하는 내내 관료들과 여러 방식으로 일전을 불사해왔다. 외교관들의 경우 국민과 대통령에 대해 기망과 이중플레이 행태를 보였다. 말 따로 행동 따로였고, 정보의 독점이나 자의적 왜곡 및 해석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제 최선을 다해 비판했다. 그리고 각종 기득권이나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싸웠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권한을 분배토록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제는 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돌아왔으며, 그런 점에서 한결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민들의 편에 서서 철저하게 감시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국가조직을 이끌면서 예산을 맘껏 쓰는 관료집단을 감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문제는 관료들을 대체할 수 있는 민간세력, 사회내 자원을 총동원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본다. 정치인 한 사람의 경우 일할 수 있는 인력의 수로 따지면 의원실은 불과 8명에 불과하다. 반면 그에 상대되는 관료는 몇만명이고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현실적으로 붙어서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사회 내 민간 자원을 국회로 끌어들여 함께 대안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제는 그런 소중한 자원과 재원들을 동원하고 의사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그들의 대안을 실현하고 관료들의 우위에 서서 심각한 고민과 대안을 창출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뷰스앤뉴스 이미 탈당 선언을 한 임종인 의원이나 이계안 의원 등과 함께 논의할 것인가. 이들의 탈당에 대한 의견은.

최재천 의원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보면 선도탈당은 단순한 탈당이 아닌 최고봉 등정이라는 대장정을 위한 베이스캠프다. 다른 이들이 올 때 편히 쉬고 일할 자리를 만들고 밥상도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선도탈당자들이 기득권은 갖는 것은 절대 안된다. 정책연대를 해야한다. 정책강령과 비전을 갖고 추가 탈당파들이 합의할 수 있는 민주당이나 기존 정치질서 몸담은 사람들이 원내에서 정책연대로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야 한다. 원외적인 관점에서는 분열된 민주개혁세력과 진보연대를 결집시킬 정치적 결사를 해야 한다. 민주개혁세력이 중심이 된 기존 정치권과 미래의 정치세력, 건전한 산업세력, 학자들의 정치협상회의를 결성하고 이를 통해 그 다음 정치를 예비하는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

뷰스앤뉴스 한나라당도 과거의 수구보수에서 어느 정도 민주화됐고 또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고 보는지.

최재천 의원 한나라당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나. 없다고 본다. 적극적인 정책이 없는 정당이 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보인 실정의 반사이익을 받는데 그치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달빛 정당이다. 항성도 아니고 위성에 불과한 수준이며,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강도 정책도 없는 그런 수준의 정당에 불과하다.

반면 열리우리당은 실패는 했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개혁진보세력으로서 진화를 되풀이했다. 언제나 구각을 벗고 새롭게 변했다. 군사독재정권 때는 민주화로 가는 길을 닦았다. 군사쿠데타가 횡행하는 시절에 국민이 주인인 시대 끌어왔고, 이후 민간시대에는 공동체의 참여라는 시대가 요구하는 이념에 충실했다. 이같은 참여하고 열린 시대정신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열린우리당이다. 과거의 외투만 벗어놓은 채 3공부터 4공과 5공세력들이 웅크린 한나라당과는 수준이 다르다. 관치경제, 삽질경제에 머물고 있고, 냉전질서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집단과 어떻게 같을 수 있나.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했다고 말할 수 있나. 열린우리당이 진심어린 자세로 겸손하게 성심성의를 보이고 반성하며 서민과 중산층,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행동을 하나씩 보이면 국민들에게 그 진정성을 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뷰스앤뉴스 제3후보론으로 당내 정치인이 아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외부인사의 영입론이 계속 논란이다. 어떻게 보는가.

최재천 의원 제 3후보가 누구라고 생각한 적 없다. 물론 현재 정치권 내 후보의 한계는 인정한다. 그러나 구조를 새롭게 바꿔 이들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초선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책임이라고 본다. 초선들이 판을 새롭게 해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구도가 기존의 열린우리당에게 유리하거나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제 3후보들이 더 이상 시민사회 대표에 머물러서 안되며, 무능하고 무책임한 곳에 참여해 한국사회를 바꿔 나가야 한다. 제 3후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시 경쟁력이 강화된 후보가 가장 공정한 게임의 판을 만들어 나갈 수 있고 그래야 한다.

뷰스앤뉴스 전통적인 지지자들, 진보세력들이 지지를 철회한 상황에서 다시 이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최재천 의원 가장 큰 모순은 부동산 정책이다. 빨리 입장을 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대안은 원가공개다. 부동산의 공개념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미 FTA도 결단 미뤄서는 안된다. 개방통상국가가 된다는 것은 찬성하나 한국이 불리한 조건에서 협정을 맺는 것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최근 미국과 FTA 체결을 시도한 나라가 10여개에 달하지만 한국만이 7차까지 협상을 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적 상황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힘들지만 교육문제에 대한 좀더 확실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다양한 인재의 육성이라는 미래사회의 요구에 맞게 교육과정 경로를 바꾸고,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이런 흐름들도 다양화해야 한다. 선생님들의 질도 높이고 사교육 폐해를 극복해내야 한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사회 잘 산다고 본다. 문제는 공평하지 못한 부의 구축이 갈수록 확고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결여가 더 큰 문제다. 그런 면에서 저는 작은 정부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충분히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맘껏 해서 소외계층에 국가가 손을 내밀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나치게 시장중심의 사회로 연결시키는 정책적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사회의 파이가 가장 낮은 곳으로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희생과 헌신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심은 시민들의 희망을 위해 원내 제1당, 여당이라는 집을 떠나 광야로 나올 때다. 모두들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평화민주진보 세력의 진화를 통해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질서, 21세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새로운 국가질서를 만들 때라는 점을 깊이 새기고 있다.

뷰스앤뉴스 공화주의에 입각한 민주진보신당을 주창했는데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또 어떤 정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최재천 의원 우리 헌법의 1조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헌법이 정치세력간의 타협에 의해 87년 체제를 완성했고 형식적으로 완성됐으나 누구나가 인권을 누리는 상황으로는 터무니 없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사회적 약자가 소외 받는 인권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장애인의 권리도 지켜야 한다.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인권국가인지, 종교의 자유를 통해 인권을 존중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겉으로는 공화주의를 내세웠으나 그러나 실제로는 아닌 것이 현실이다. 사회 가치가 획일화되면서 북한의 유일 사상 체계를 어느새 닮아간다는 목소리가 많다. 어느새 획일적인 사회적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진정한 민주공화 사회라면 다양한 피부색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고, 국제결혼을 통해 낳은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또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고, 직업으로 인해 차별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지않는 것이 진정한 공화주의다. 생각이나 색깔, 얼굴의 차이로 차별받아서는 안되며, 인권의 가치, 인간다움에 대한 존중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사회가 제대로 된 것이라는 점에서 저는 공화주의에 입각한 민주진보신당을 목표로 삼고 있다.

뷰스앤뉴스 당장은 목전에 닥친 대선과 이후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전망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최재천 의원 말뿐인 반성이 될까 두렵다. 진정어린 반성이 없다고 국민들의 통렬한 비판을 받을까 두렵다. 그동안 사즉생이나 목숨을 걸고 한다는 말은 정치인들이 늘상 그렇게 해왔고 말해왔다. 탈당선언문에도 썼지만 누구보다 조국을 사랑했던 중국의 문호 루쒼은 “죽일 수 있어야 살릴 수 있고, 증오할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으며, 살릴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열린우리당은, 한국사회는 맨 밑바닥에 와있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뛰고 도약할 수밖에 없는 처절한 각오로 국민을 위해, 특히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뛸 것이다. 지켜봐달라.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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