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 참패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사퇴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하고 30일 오전 당 쇄신안을 발표키로 했다.
강재섭, 대표직 고수하며 오전 당쇄신안 발표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29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갖고 "(강 대표가) 빠르면 내일 중에 기자회견을 갖고 당 쇄신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 대변인은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은 지금 장고 중에 있다.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이고, 무엇이 진정 한나라당을 위한 길인지, 그리고 어떠한 것이 대표로서 진정 책임지는 자세인지 지금 장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나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하나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스스로 분열해서 무능좌파 세력의 정권을 연장해주고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못난 행동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해, 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당 해체론'을 거듭 일축했다.
강재섭 대표는 30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재섭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는 쪽으로 한나라당 갈등이 봉합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봉합은 어디까지나 미봉 성격이 강해 이로써 한나라당 분당 위기가 해소됐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다. ⓒ연합뉴스
이명박 "당이 복잡할수록 서로 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강재섭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키로 방침을 굳힘에 따라 이제 공은 이명박계로 넘어간 양상이다. 앞서 강재섭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던 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최고위원이 반발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경우 파국으로 치달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계는 일단 '한번 더' 참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9일 충남 예산 충의사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 의거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재섭 지도부 퇴진론에 대해 "당이 복잡할수록 더 조용하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강재섭 퇴진 압박에 대해 "강 대표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강재섭 퇴진이 자신의 뜻이 아님을 재차 분명히 했다.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에 대해 "그 분(이 최고위원)의 뜻은 내가 잘 모른다"며 "당을 잘 수습해야 한다"고 거듭 강재섭 유임쪽이 힘을 실어줬다.
이같은 이 전시장의 발언은 이명박계가 박근혜 전대표의 공세에서 불거진 극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참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명박계는 박 전대표의 "군대동원' 공세를 계기로 박근혜계와의 완전 결별까지 각오하며 강력히 반격에 나섰으나, 박 전대표의 '군대동원' 발언이 보수진영의 싸늘한 냉소를 받으면서 전여옥 의원 등 박근혜계 일부까지 이탈하는 '성과'을 얻어낸 데 만족하며 일단 한번 더 참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25 재보선 참패 갈등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이명박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측이 5월 들어 한층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판단하며 대책 마련에 긴장의 고비를 늦추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박근혜 진영측이 이른바 대대적 '5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있는 이명박계는 사실상 5월이 박근혜측과 함께 당을 같이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짓는 시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