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당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예비 후보 첫 일정은 다름아닌 특강 정치였다. 박 전 대표는 이 날 오후 3시30분 전북 전주시 전북대 대강당에서 ‘꿈. 미래. 도전’을 주제로 한 특강을 실시했다.
그는 특강에 앞서 특강 장소가 전북대 출신의 소설가 최명희를 기린 ‘최명희 홀’인 점을 감안 “지금 이 곳이 최명희 홀이죠? 우리 전북대학교가 낳은 위대한 작가이신 ‘혼불’의 최명희 선생님을 기리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정말 뜻 깊은 장소에서 특강을 하게 되어 기쁨이 두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생들을 상대로한 특강인 점을 감안, 자신의 미니홈피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고, 싸이월드나 네이버에 자기 홈페이지를 가진 사람이 국민의 절반 가까이 되고 있다”며 “혹시 여기에도 제 싸이홈피 1촌 계신가? 오늘 특강 끝나고 같이 사진 찍겠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그는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글 남기셨거나 1촌평 써주신 분 계시냐? 이 분들은 팔짱끼고 찍어드리겠다”고 재차 활짝 웃었다. 딱딱한 정치 이야기 대신 가벼운 이야기로 특강 첫 머리를 연 박 전 대표의 연설은 당연히 청중 분위기를 녹였다. 박 전 대표 특유의 미소와 함께.
그러나 이는 철저히 사전에 계산된 연설이었다. 더욱이 언제 어떤 부분에서 박 전 대표가 웃음을 지어야 하는지까지 계산된 연설이었다.
박 전 대표측은 이 날 전북대 특강 1시간 30여분 전인 오후 2시께 캠프 출입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의 특강 원고를 일제히 사전 통보했다. 해당 특강원고는 특히 박 전 대표가 언제 무슨 말로 직접 웃음을 지어야 하는지까지 설명돼 있다. 다음은 박 전 대표측이 사전 배포한 연설문 부분.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고, 싸이월드나 네이버에 자기 홈페이지를 가진 사람이 국민의 절반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혹시 여기에도 제 싸이홈피 1촌 계십니까? 오늘 특강 끝나고 같이 사진 찍겠습니다. (웃음)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글 남기셨거나 1촌평 써주신 분 계십니까? 이 분들은 팔짱끼고 찍어드리겠습니다. (웃음)"
한마디로 후보가 언제 어느 대목에서 청중들에게 웃음을 날려야 하는지까지 계산된 원고인 셈.
박수 유도도 철저히 캠프측에 의해 사전 예고됐다.
"정말 저에게는 뜻 깊은 날, 뜻 깊은 첫 일정이 바로 오늘 특강입니다. 이렇게 의미있는 날에 여러분과 만나서 더욱 기쁘고, 여러분과 저 사이에 정말 큰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만남이 여러분과 저에게,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에 더욱 큰 의미가 되는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박수)"
후보에게는 박수를 받으며 잠시 쉬어갈 대목을 미리 지정해 둔 것이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특강 정치와 연설 정치는 철저히 캠프의 사전 계획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짙다. 이 날 박 전 대표의 특강 이외에도 지난 1년여간 계속된 ‘박근혜 연설문’에는 이같은 (웃음), (박수) 등 미리 캠프측에 의해 계획된 시나리오가 보도자료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오후 전주시 전북대에서 '꿈,미래,도전'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 박근혜 취재하던 기자, “왜 연설을 받아적지 않아요?”
박 전 대표를 처음 취재하는 기자들에게서 이따금씩 공통사항을 발견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연설 정치에 처음 배석한 기자가 연신 박 전 대표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는다. 그러나 한참을 받아적던 기자가 옆을 휙 둘러보더니 의아스러운 듯 묻는다.
“왜 안받아쳐요?”
박근혜 캠프를 한창 출입한 모 기자는 이에 “연설문 그대로야”라고 퉁명스럽게 답한다. 으레 그렇듯 박 전 대표의 연설 1~2시간전에 미리 배포된 연설문 그대로 박 전 대표가 옮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 캠프 출입 기자들 대다수는 박 전 대표의 특강이 있는 1~2시간 전에 배포된 연설문을 기초로 ‘특강 기사’를 송고한다. 만약 캠프측이 특강 1시간전 쯤에 연설문을 배포하면 얼추 특강 시간과 기사 송고 시간이 맞아떨어지기에 “박 전 대표는 ~라고 말했다” 정도의 기사로 작성한다.
반대로 오후에 있을 특강 연고가 당일 오전에 미리 배포됐을 경우에는 시차가 영 맞지 않아 “박 전 대표는 ~라고 말할 것으로 전해졌다”, 혹은 아예 솔직하게 “미리 배포한 연설문에 따르면 ~라고 말했다”라는 식으로 기사가 작성된다.
때문에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한번씩 의문의 댓글을 달기도 한다. 분명히 박 전 대표의 특강 관련 사진에는 오후 3시 △△에서 특강을 실시한 장면이라고 돼 있는데, 취재기자들의 관련 기사에는 오후 2시부터 박 전 대표의 연설 내용이 실려있기 때문이다. 마치 특강이 진행됐다는 식의 내용이다. 그러나 기사가 나간 당시 시점은 절대 박 전 대표가 특강을 하지않은 때다.
물론 취재에 바쁜 기자들이 1시간도 넘는 박 전 대표의 특강을 일일이 받아적는 것보다 사전 원고가 있는 것이 취재편의상 훨씬 수월한 장점은 있다. 따라서 단순히 박 캠프에서 특강 원고를 먼저 넘겼다고 해서, 혹은 특강 원고대로만 후보가 연설한다고 해서 볼멘 소리를 내는 기자들은 드물다. 반면 특강 자체에 대한 긴장감이나 흥미도가 확실히 반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원고대로 안해서 사고난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우 캠프측에서 미리 준비한 사전 원고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출마선언이나 긴급 생방송, TV토론 기조 연설 정도가 이 전 시장이 사전 원고대로 말하는 유일한 경우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이같은 연설 스타일이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애 낳아봐야 보육을 말할 자격있다”는 발언으로 박 전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사고(?)도 이 전 시장 특유의 즉석 연설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의 연설 스타일은 듣는 이에게 흥미나 긴장감은 확실히 배가시킨다는 평이다. 꾸미지 않은 연설로 서민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시간여 넘게 행하는 연설에서 원고를 보고 읽지 않고 자신만의 순서를 정해 술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치는 이 전 시장 특유의 강연 스타일은 장점으로 꼽힌다. 물론 사고성 발언이 없음을 전제할 때 말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명박 캠프를 1여년 가까이 출입한 기자들은 이 전 시장이 원고대로 하지않는(사실 미리 배포한 원고도 없다)다고 해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이 전 시장의 연설 레퍼토리가 뻔하기 때문이다.
주로 어려웠던 유년시절 이야기,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 서울시정 이야기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박 캠프 출입 기자들은 이 전 시장이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서두로 꺼내면 일단 받아적지 않는다. 그 뒷이야기는 이미 지난 수개월간 들었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이 전 시장 공격과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연설 내용 또한 대정부 비판이나 의혹 해명 등 새로 올라오는 소재가 많아, 그 부분 만큼은 기자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필히 연설을 받아 적는다.
짜증나네 뷰스앤뉴스 가끔들어와보면 감정가지고 쓰는 기자가 좀 있는듯하네요. 데스크님 일선 기자에게 분석기사를 쓸 능력이 부족하면 그냥 속보로만 승부걸라고 하세요. 이런 말도 안되는 기사보다는 그런게 더 좋을듯하네요. 기자가 팩트 위주로 보여줘야 독자가 재미를 느낍니다. 카더라나 어설픈 분석 혹은 이미 보도된 것들을 말바꿔서 새로 보도하는것은 비열한 짓이네요. 글에 기자 성격도 드러나는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