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또 국고손실? 한국투자공사 1조 손실 위기
메릴린치 주가폭락에 손실 눈덩이, 앞날도 먹구름
한국투자공사는 지난 1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주당 매입가격은 주당 53.1달러. 2010년 전환 기준가격은 51.4달러에 전환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최대 17%의 프리미엄을 적용해 보통주로 전환되고 그때까지 연 9%의 배당을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메릴린치 주가가 대폭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4일 기준으로 메릴린치의 주가는 27.61달러까지 떨어졌다. 전환가격과 비교하면 46.3%나 급락한 수치로 투자 평가손실이 1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만약 주가가 전환시점인 2010년까지 계속 전환가격인 51.4달러를 밑돌 경우 한국투자공사는 고스란히 그 손실을 떠안게 된다. 문제는 월가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가에서는 서브프라임 손실 확대로 메릴린치의 경우 60억 달러 이상의 자산상각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외국계은행 책임자는 15일 이와 관련, "미국, 일본, 한국의 경우 앞으로 1년반동안 침체국면에 빠져들 것이라는 게 세계금융계의 일반적 관측"이라며 "그때까지 월가 금융기관 주가도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투자공사 설립은 과잉외환보유고를 해외투자로 돌려야 한다는 재경부 주장으로 강행됐다. 당시 한국은행은 한국투자공사의 투자능력 및 외환보유고 안정 운영을 이유로 강력 반대했으나, 결국 한국은행이 100여억달러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재정부가 외평기금 등으로 조달하는 선에서 타협해야 했다.
한국투자공사 설립시 국회에서도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어, 당시 국회 재경위의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외환보유고 부실화 위험 등을 강력 경고했으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다수 의원의 찬성으로 한국투자공사 설립이 강행됐다. 한국투자공사가 부실화할 경우 재정부는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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