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비강남' 반란 "'1% 정당' 되려하나"
'강남파' "미국처럼 안될려면 종부세 완화해야" 주장도
비강남파 "경제 살리기하고 종부세 완화가 무슨 상관?"
이 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된 한나라당 정책의총은 점심 시간을 넘긴 오후 1시가 돼서야 끝났다. 12명의 의원들이 공개 발언을 했다. 종부세 완화에 찬성하는 의원은 5명, 반대6명, 중립 1명이었다.
얼핏보면 찬반이 팽팽한듯 보이나 침묵하는 다수 의원들이 종부세 완화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는 것이 이 날 의총 결과를 브리핑한 황영철 의원의 전언이다. 특히 강남 3구 등 버블세븐 지역 의원과, 비버블세븐 지역 의원간 찬반이 팽팽이 맞섰다.
유기준(부산 서구, 재선) 의원은 "지역에서 들은 민심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 기울어야 한다.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지금 종부세 완화가 왜 당의 우선정책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김성태(서울 강서을,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이 2% 정당에서 1% 정당으로 되는 게 그렇게나 좋으냐"며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경제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부세 개정안은 120만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기게 될 것"이라며 "서울역 앞의 지게꾼들에게도 차례는 있다"고 당정을 질타했다.
이주영(경남 마산갑, 3선) 의원은 "종부세 개정안을 추진하는 시기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경제살리기와 종부세 개정이 무슨 연관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경제살리기에 진척이 있고난 뒤에나 종부세를 처리해야한다"며 "왜 이렇게 종부세 개편을 정부가 서두르나? 노령 은퇴자의 경우는 종부세 예외조항으로도 충분히 세제 경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청와대의 종부세 무력화 밀어붙이기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는 전언이다.
이명박계 이명규(대구 북갑, 재선) 의원도 "지금까지 18대 국회들어 당정의 정책중에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이 있었나"라며 "많은 국민들이 지금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데 왜 굳이 이를 통과시켜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김성식(서울 관악갑, 초선) 의원 역시 "국정 우선 순위가 왜 종부세 개편이냐"며 "정부의 일반적인 감세론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은 보통 국민들에게 따뜻한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원희룡(서울 양천갑, 3선) 의원은 지역구가 버블세븐 지역이면서도 "당론 형성 과정에 문제가 있다. 의총을 통해 충분히 의원들의 의견을 물은 뒤에 종부세 안을 내놓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밀어붙이기를 비판한 뒤, "정부가 감세안을 추진하더라도 지금 이 시기는 서민 감세에 주안점을 둘 때다. 지나치게 편협하게 집토끼만을 잡는데만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질타했다.
강남 등 버블세븐 "미국처럼 안될려면 종부세 완화해야"
반면에 강남 3구를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구 의원들은 종부세 완화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구(서울 강남갑, 재선) 의원은 "노무현 정권에서 부동산 세금 폭탄이 있었다. 과다한 세금 징수로 부동산 거래를 억누른 세금 정책을 걷어내야 한다"며 "종부세를 완화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활성화에 힘을 쓸 때"라고 찬성입장을 밝혔다.
고승덕(서울 서초을, 초선) 의원은 "미국발 모기지론 위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내년 2~3월 중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며 "종부세 감세를 통해 경제살리기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종부세 완화로 아파트값 폭락을 막아야 미국의 전철을 안밟게 된다는 주장을 폈다.
나성린(비례대표, 초선) 의원은 "종부세 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융위기가 심각한 이 상황에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종부세 완화는 가치 있는 법안"이라고 고 의원과 마찬가지 주장을 폈다.
고흥길(경기 성남분당갑, 3선) 의원도 "종부세 완화를 마치 있는자, 없는자로 구분하는 것은 안된다"며 "정부세는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종부세가 사회정의에 맞는 법안인지 아닌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일호(서울 송파을, 초선) 의원은 "종부세는 투기를 억제하는데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종부세안을 개편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그러나 통과시키와 관련해선 "시기적으로 적절히 봐 가면서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박준선(경기 용인기흥, 초선) 의원은 "현재 종부세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이 진행중"이라며 "아마 12월 중에는 헌재에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헌재 결정후 종부세안을 처리하자는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홍준표 "국민여론 고려해야" '무기명 의원조사' 결정
찬반양론이 팽팽하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10월 2일 정부의 국무회의 의결 전에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의견을 조사해 파악하겠다"며 "국민여론을 고려한 '정무적 판단'을 의원들이 해줘야 한다"며 사실상 종부세 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지역구가 강북지역인 홍 원내대표는 지도부중 유일하게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그러나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시장 여건이 굉장히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종부세를 처리하는 적기"라며 "종부세 개정안을 금년안에 통과시키지 못하면 내년 말에나 통과시킬 것 같다. 가능하면 금년안에 종부세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의원들의 협조를 호소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종부세안을 밑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도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강남권 다수 의원들이 '성난 민심'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종부세안 처리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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