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S&P의 데이비드 비어스 정부신용평가그룹 글로벌헤드(전무)는 12일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태(천안함 사태)는 한국의 대북리스크가 이론적인 이슈가 아닌 실질적 안보이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어스 전무는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연 '유럽 및 아시아 정부신용등급의 현황' 세미나에서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가 가장 큰 (한국의) 리스크"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언젠가 남북통일이 이뤄질 경우 한국 정부는 큰 정책적 도전에 직면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A 등급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의 상향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면서 상향 가능성이 적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비어스 전무를 단장으로 하는 S&P 실사단은 14~16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 협의를 앞두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외환위기 이전 1990년대 후반의 'AA-'에 비해 두 단계 낮은 상태인 것과 관련, "15년전에 비해 북한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북한내 정권교체가 임박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정권교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일이 되면 한국경제에 재정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텐데, 북한과의 소득격차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늘어나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고령화사회가 도래해 정부의 의료보험 관련 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도 또다른 걱정꺼리로 지적됐다.

비어스 전무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복세를 유지하다 1~2분기 침체기로 돌아가는 것을 더블딥이라고 하는 것"이라면서 "경기침체에서 회복으로 가는 사이 더블딥은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와 아일랜드의 경우 경기 후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회복속도도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매우 늦을 것"이라면서 국지적 더블딥 가능성을 지적했다.

비어스 전무는 한국의 민간.공공부문 부채에 대해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해 보면 개별.민간기업 모두 레버리지는 있지만 안정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서 "한국은 한전 등 특수기업이 많아 공공부문의 부채가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P의 김응탄 국가신용등급 담당 애널리스트는 "2008년 이후 한국의 대외채무는 특히 단기채무를 위주로 봤을 때 현격히 줄었다"면서도 "여러가지 조치로 한국은 향후 국제적 유동성 위기가 돌아와도 충분히 감내가 가능하기 때문에 2008년과 같은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한국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라며 "만약 더블딥이 발생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유럽내 위기상황이 은행권으로 심각하게 번진다면 한국은행권에도 악영향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이날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로 상향조정한 것과 관련, "1분기 8% 이상 성장할 정도로 실적이 워낙 좋아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제회복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상향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S&P는 글로벌 경제회복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그보다는 신중한 입장이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는 5.0%"이라고 덧붙였다.

S&P 한국신용평가 책임자인 권재민 상무는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 "소득 대비 부채가 많이 늘어나고 있어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 "예금자산이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 레벨에 비해서는 쿠션이 있고, 부동산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