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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 부패하고 무능한' 천수이볜

권력부패-경제실정 맞물려 국민 폭발, '카드대란' 발발 위기

"우리는 군(軍)을 믿는다."

대만 행정원 정원찬(鄭文燦) 대변인이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태국 쿠데타후 다음 순서는 대만일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보도에 대한 공식 반응이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어보면 대만 집권층이 내심 얼마나 군부 쿠데타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한 군 인사는 인터넷에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을 암살해야 한다"는 논지의 글을 올려 군부가 긴급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대만, '천수이볜 부패'로 극한적 아노미 상태

실제로 지금 대만 정세는 외신들이 제2의 쿠데타를 예견할 정도로 삼엄하다. 지난 9일 타이베이 총통 관저앞에서 시작된 천수이볜 총통 사퇴 촉구 시위는 지난 17일 1백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발전하면서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후 21일 현재까지 전국 곳곳에서 천총통 반대파와 지지파가 충돌하며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한 예로 20일 천 총통의 고향인 대만 남부 타이난(台南)에선 천 총통을 지지하는 1천여명이 도심 공원에서 이틀째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던 천 총통 반대파 1백여명에게 돌을 던지고 각목을 휘두르면서 4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10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천 총통 퇴진촉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100만명 반부패 운동본부'는 내달 10일 국경일에 타이베이 총통부를 에워싸는 1백만명 규모의 시위를 재차 벌일 계획이다.

대만 입법원은 지난 6월 27일 천총통 탄핵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의결정족수 1백48표에 못 미치는 1백19표로 부결됐다. 천총통이 의회를 단단히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민들이 나서 천총통의 하야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 총통에 대한 탄핵 요구는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부인과 사위 등 친인척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최근 발생한 천총통 측근 및 친인척 비리 관련만 해도 부지기수다.

▲2005년 11월21일 천저난(陳哲男) 전 총통부 부비서실장 뇌물수수 구속
▲4월15일 영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 억대 상품권 수수 의혹 제기
▲5월20일 천총통, 친인척 비리사과 성명 발표
▲5월25일 자오젠밍(趙建銘) 천총통 사위, 주식 내부거래 혐의로 구속
▲5월31일 외교 국방 제외 모든 권력 행정원장에 이양

태국의 경우 집권세력의 부패가 쿠데타라는 최악의 사태를 촉발했다. 따라서 대만도 동일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게 외신들의 지배적 수순이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천총통에게 '해외망명'을 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고, 대만에 밀접한 안보적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도 CIA를 파견해 천수이볜 실각을 초래할 지도 모를 상황 전개를 긴밀히 점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는 삼엄한 상황이다.

취임직후인 지난 2000년 천총통 지지율은 79%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 17%대로 추락해 '통치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민심의 완전 이탈이다.

시위자들이 20일 타이베이에서 천수이볜 총통의 하야를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천 총통 집권후 성장률 5.7%에서 2.9%로 급락

대만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만국민의 분노 폭발의 이유로 권력부패외에 경제 실정(失政)을 꼽는다. "천수이볜 정권의 경우 지독히 부패한 동시에 지독히 무능하다"는 게 다수 국민들의 생각인 것이다.

지난 2000년 천총통이 대만독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에서 승리했을 당시, 대만의 경제 성장률은 5.7%였다. 그러나 천총통이 취임한 다음해인 2001년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2.2%로 수직추락했다. 취임 6년째인 지난해에도 경제성장률이 2.9%를 나타내며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같은 기간 실업률은 2.9%에서 4.1%로 급증했으며 이 기간의 대만의 대외부채도 4.6배 불어났다.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GNP)는 지난 2003년 이후 제자리에 머물고 있으며 지난해 1만5천달러에 머물러 1만6천8백 달러를 기록한 한국에도 추월당했다.

대만 독립 공약, 경제 침체 원인 제공

왜 이렇게 천총통 취임후 경제가 몰락했나.

대만 전문가들은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집권여당인 민진당의 정책이 중국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그 결과 중국으로부터의 투자가 끊기는 것은 물론 안보불안으로 국제 투자도 감소해 대만의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대만 기업인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정부 정책에 대한 만족도가 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본토 투자에서 발생한 이익을 대만으로 되가져오는 비율도 11%에 불과해 국부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만의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일본경제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종속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 투자를 늘리면서 외환위기 당시에도 대만이 4%대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중국이라는 투자 대안이 출현하면서 대만은 하루아침에 버림을 받는 처지가 된 셈이다.

카드대란 발발 위기

김대중 정부 후반기에 경험했던 천수이볜의 민간카드 부양책도 대만 경제에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지난 15일 "수백만 명에 이르는 대만 구민이 신용카드 빚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며 카드대란 발발을 경고했다. 대만 국민 1일당 신용카드 발급 장수가 평균 5~6장으로 20장 가까운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대만 국민들이 과도한 카드대출과 돌려막기 등으로 발생한 신용카드 빚만 8천억 대만 달러(약 24조원)에 이르고 있다. 카드대란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대만 경찰은 대만에서 급증하는 자살 중 상당수가 신용카드 빚과 관련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31 일 대만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천총통 집권 이듬해인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자살자수가 1만6천8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천총통은 신용카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신용카드 이자율 조정을 포함한 부채청산 계획 수립과 함께 개인 파산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의 반발에 부딪쳐 아무런 진척도 없는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소비에 의해 지탱해온 대만 경제가 신용카드 문제가 표면화되면 성장률 저하와 심각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만 경제 침체, 천총통 퇴진 요구 촉발

경제 실정과 권력 부패가 맞물리면서 범국민적인 천총통 사퇴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대만 총통 선거의 전초전으로 간주된 지난해 12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이 집권 민진당에 압승을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국민당은 23개 현(縣)과 시(市) 중 14곳을 석권했다. 특히 국민당이 승리한 곳에는 전체 유권자의 20%이상이 거주하는 타이베이(台北)도 포함돼 있다. 반면 민진당은 6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쳐 민심 이반 현상을 그대로 반영했다.

특히 최근에는 천총통이 3천6백만 달러의 정부 예산을 횡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집권여당 민진당 내부에서조차 천총통 사퇴를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천총통의 측근이었던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은 천총통 사퇴를 위한 '1백만 반부패운동본부'를 발의하고 지난 9일부터 대규모 연좌 농성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수이볜 퇴진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그러나 그 형식이 태국처럼 쿠데타라는 최악의 형식을 취할 것인지, 피플 파워에 승복하는 모양새가 취할 지에 따라 향후 대만의 정국은 그 향배가 크게 바뀔 전망이다.
임지욱 기자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3 3
    금문도

    해방군이 쿠데타로 나서겠군
    지금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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