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의 '이명박 검증' 공세에 대해 박형준, 홍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잇따라 적전분열 행위라고 박근혜 진영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박근혜 캠프측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더이상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섰다.
박형준 "박빠-명빠 난투극에 노빠만 환호"
박형준 의원은 16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다수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원하는 것과 다수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한 뒤 "원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중심이 된 정권 교체이고, 원하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의 분열"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양김의 분열, 이회창과 이인제의 분열, JP와 정몽준의 이탈이 가져왔던 재앙적 결과를 익히 아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이번만은 분열하지 말고 힘을 합치라고 소리치고 있다"며 "유력 주자들끼리 이전투구하거나 그런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한다. 인터넷을 보라! 유력후보의 지지자들이 벌이는 난투극, 그리고 이에 대해 쏟아지는 실망의 함성들. 이를 즐기는 ‘노빠들’"이라며 박근혜 캠프의 검증 선언후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칭 박빠(박근혜 지지자)-명빠(이명박 지지자)간 공방을 질타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유력 후보들과 그 캠프는 칼을 상대의 심장을 향해 겨누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겨누어야 한다"며 "지지율 격차를 상대 후보 약점 잡기로 만회하려는 전략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고, 그 역풍을 우리 모두가 맞을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박근혜 진영을 비난했다.
박근혜-이명박 격돌로 한나라당도 두토막 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보수진영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한 후보가 상대후보 검증하면 자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한 후보가 상대 후보를 ‘검증’하려 든다면 자멸하고 말 것”이라며 박근혜 진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15일 저녁 CBS 라디오 '이슈와 사람들'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비난한 뒤 “문서 등 객관적인 ‘팩트(사실)’를 갖고 문제를 삼는다면 ‘네거티브’라 할 수 없지만, 지난 대선 때 ‘기양건설’이나 ‘병풍’사건처럼 팩트가 아닌 것을 통해 후보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만일 지지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면 ‘포지티브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로는 자기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거듭 "후보 진영에서 (상대방 검증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면서 "경선관리위원회에서 후보 자격심사를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경선관리위에서 "후보 병역문제와 재산문제, 과거 행적문제 등 자격심사가 당 차원에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수뇌부, 박근혜측에 곱지 않은 눈길 던지며 진화에 급급
한나라당 수뇌부는 검증 논란을 일으킨 박근혜 진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향후 당이 검증을 주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후보검증에 대한 얘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후보는 당연히 검증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검증만을 위한 검증을 하거나, 검증이 과열되면 당을 위해서나 후보를 위해, 국민을 위해 좋지 않다. 당에 맡겨달라. 당이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보 측근들도 말을 자제하고, 당직자와 원내인사들도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중립을 지켜달라"며 더이상의 갈등 자제를 당부했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대선후보에 대한 자질 검증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당내 대선후보 간에 서로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조금 적절하지 않은 논란으로 당이 조금 시끄럽지 않은가 염려를 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박근혜 진영을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박근혜측 문제제기에 대해 "원론적인, 아마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다 생각을 하고, 타당한 일이지만 방법과 시기가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 적절하지 않고 오해가 생길 수 있는 그럴 부분이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그는 이어 "본선에 가면 어차피 나올 이야기이기 때문에 본선에 가기 전에 지금 단계에서 미리 모든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다 이야기하고, 짚고 가고, 털고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검증이라는 것이 당이 주체가 되어서 해야 하는 것이지 대선후보 간에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거듭 박근혜 진영을 비판했다.
한선교 "박근혜 아는 사람은 네거티브 운운 안한다"
이같은 비난 공세에 박근혜측은 이명박 검증은 결코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박근혜캠프 대변인인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지율 만회를 위한 네거티브 공세'라는 이명박측 주장에 대해 "박근혜라는 사람과 정치를 1년 이상 한 사람이라면 박근혜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며 "박근혜를 아는 사람은 그런 식(네거티브 전략)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안다"고 반박했다.
그는 "(후보검증은) 당이 일단 나서야 한다"며 "당내 경선후보 레이스이고 당의 이름으로 2007년 대선결선에 나가는 후보이기 때문에 당에서 1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의 1차 검증이 미흡하면 후보 캠프가 나서겠다는 말인가'란 질문에 "당에서 당원,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회를 할 것이고, 방송에서도 할 텐데, 상호토론 뿐 아니라 패널들도 나와 자질과 도덕성 등에 검증이 있을 것이고 그것도 검증절차로 볼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대운하 정책을 냈을 때 이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네거티브 전략, 비방폭로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당이 일단 내달초 경선준비위를 구성, 후보검증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분간 검증 논란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전망이나, 불씨는 계속 살아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