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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재래시장 '확인사살' 나섰나"

<현장> 이마트 '소형유통점' 진출 횡포에 정부-정치권 '침묵'

“영세상인들 혼자 살겠다는 게 아니다. 지역상권을 지켜온 우리들과 대형마트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법안을 국회가 마련해 달라.”(김경배 전국슈퍼마켓노동조합 연합회장)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신세계이마트는 서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을 짓밟는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국내 1백3개 대형유통점을 운영 중인 유통재벌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점포규모 3백50평형의 소규모 유통시장 진출을 전격선언한 이후, 이달 24일 경기도 광명점 개소식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문어발식 확장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마트 광명점이 코앞에 들어서는 광명시장은 경기도 내에서 아직 재래시장 상권이 위축되지 않은 몇 안남은 지역. 정식 점포만 4백13개에다 노점상까지 합하면 1천여명의 상인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하루 평균 약 1만5천여명의 고객이 방문, 2억5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려왔던 지역이다. 지난해에는 광명시가 직접 나서 총 56억 7천만원을 들여 재래시장환경개선사업을 벌인 바 있다. 광명시장 상인들은 공사기간인 6개월 동안 영업매출의 감소를 감수하며 기대를 갖고 공사완료를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시장 바로 맞은편에 출현한 이마트 '소형유통점' 1호였다. 대형유통점의 난립 이후 축소일로로 치닫고 있는 지역상권에 또 다시 들어서는 소형유통점은 영세상인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를 바 없다.

소형할인점 진출로 재래시장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는 이마트. ⓒ연합뉴스


"이마트, 재래시장 '확인사살' 나섰냐"

이마트 입점저지대책위 소속 영세상인들과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마트의 광명점 입점 철회와 규제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20일부터 이마트 광명점 앞에서 삭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주변 영세상인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영세상인들이 처한 생존권의 위기를 호소했다.

김경태 전국슈퍼마겟노동조합연합회장은 “우리는 대형점포와 중간, 작은 점포들이 같이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지 대형점포를 없애달라는 것 아니다”라며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형점포의 무분별한 확산을 규제하는 특별법과 중소유통업체에 대한 지원법률안이 모두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며 “최소한 정부와 국회가 법률을 만들어 우리 영세상인들이 대형점포에 맞서 살 길을 찾기 위한 시간이라도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김남현 이마트저지대책위 위원장도 “독점 유통업체가 지역상인을 다 죽이는 현실에서 생존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몰린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제도가 보완되지 않는다면 전국적으로 저항운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심 의원은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이제는 소규모 유통업 시장에까지 뛰어들어 가뜩이나 대형유통점의 무분별한 확대로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린 중소영세상인들에게 삶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고 있다”며 “지역경제를 황폐화시키는 광명점의 입점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 “이마트가 입점하면 매출 감소로 인해 광명시장 점포의 3분의 1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며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확장을 규제하지 않고는 재래시장지원도 중소영세상인 보호도 모두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광명시장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고 정부의 무대응을 질타했다.

참석자들은 "이마트가 대형마트에 이어 이번엔 소형유통점으로 재래시장 '확인사살'에 나섰다"며 신세계측에 대해 해도 너무 하는 게 아니냐고 울분을 토해냈다.

광명지역 이마트입점저지대책위와 민주노동당은 24일 이마트 입점을 막기 위해 광명점 앞 4거리에서 1천5백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전국적인 안티이마트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가 광명지역 영세상인 대표들이 23일 국회에서 이마트와 광명점 입점 철회와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지역상권 진출 규제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최병성 기자


정용진 부회장의 첫작품, 재래시장과 공생 도모하는 선진국과 정반대

이마트의 '소형유통점' 진출은 신세계의 차기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이다. 그는 대형마트가 롯데 등 재벌그룹과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고 판단, '소형유통점'으로 나머지 재래시장까지 잠식해 수익을 증대한다는 계획아래 소형유통점 전국 구축을 지시했다.

문제는 이럴 경우 대형마트로 이미 치명타를 입은 재래시장 상인들이 더이상 설땅이 없다는 사실이다. 선진국의 경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일본은 대도시 주변에만 대형마트를 허용하고 있으며, 독일은 대형마트 건설시에 재래시장 상인들과의 사전합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새로 세워지는 대형마트내 식품 상가 등의 일부를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분양하는 식의 조정이 대부분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은 그렇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는 "재래시장 상인 보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이를 위한 입법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재벌의 로비에 넘어간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말로만 "서민 보호" 외치는 정부-정치권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5월 1000제곱미터(302.5평) 이상의 매장에 대해 지자체가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와 유통산업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입점을 허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유통산업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은 설립제한 외에도 입점을 허가할 경우 특정 품목을 제한하고 영업시간과 의무휴일일수를 지자체가 강제할 수 있도록 하고 대형점포가 이를 어길 경우 6개월 이내 영업정지 처분에서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또한 지역 중소유통업자들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역유통조합 결성 및 지역소비자회 결성을 지자체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했다.

심 의원은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을 규제하고 지역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만 마련돼 있었더라도 이마트의 무차별적인 확장을 규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돼 있는 지역유통산업 균형발전을 위한 특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정당들은 앞다퉈 "우리야말로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축을 찾지 않고 어려운 서민들이 삶을 꾸려나가는 마지막 생존터까지 위협하는 재벌의 횡포에 이들은 침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때가 되면 여야의 대권주자들은 앞다퉈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 손을 잡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잘 살게 해주겠다"고 주장한다. 물론 옆에는 카메라기자들을 동반하고서. 전형적인 여론조작이자 포퓰리즘이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9 8
    시민

    대형마트 또는 소규모 할인마트 대환영한다.
    소상인들은 오히려 각성하라고 말하고싶다.
    소비자들에게도 선택의 자유가 있으며 저렴하고 좋은 제품을 구입할 권리가 있다.
    상인이 아닌 대다수의 시민들은 대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 8 6
    하하

    전대차고 쇼하던 선상님
    아그들아, 그래도 또 몰표줄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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