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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측, '변조 보고서' 청와대-참평포럼 주목

대운하 변조 파문 계기로 '이명박 죽이기 커넥션' 추적에 집중

이명박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비판하는 정부 보고서가 변조된 것과 관련, 이명박 캠프는 변조의 주범으로 청와대를 정조준하며 대반전의 계기를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아울러 노대통령 외곽조직인 참여정부평가포럼도 여기에 관계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눈길을 보내며, 차제에 '이명박 죽이기 커넥션'의 실체를 밝힌다는 방침이어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대운하 변조 보고서' 생산주체는 청와대?

문제의 대운하 정부보고서의 존재가 맨처음 실체를 드러낸 것은 지난달 31일 박근혜 캠프의 유승민.이혜훈 의원을 통해서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정권의 지시로 경부운하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발표하지 않은 건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된 뒤 발표해 결정적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흘 뒤인 지난 4일 발간된 <중앙일보> 산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 보고'란 37쪽짜리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며 상세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로부터 2주일 뒤인 18일 국회 건교위 전체회의에서 37쪽짜리 보고서를 접한 이용섭 건교부장관이 "내가 본 것은 9쪽짜리"라며 변조사실을 확인하면서 상황은 '변조' 논란을 급반전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고 중앙 선관위는 건교부-수자원공사 등을 상대로 변조 의혹 실태 조사에 나섰다.

변조 의혹을 사고 있는 문제의 37쪽짜리 보고서는 '최근 동향', '재검토 중간결과(2007.2~5)', '주요 쟁점 검토'의 3장으로 구성돼 있다. 가운데 '재검토 중간결과'를 제외한 앞과 뒤 장이 변조된 것임을 확인히 알 수 있다.

우선 첫번째 장인 '최근 동향'은 2쪽에 걸쳐 이 전 시장 측 동향, 정부 및 관련기관 동향, 정치권 동향, 언론 및 환경단체 동향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는 'VIP께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운하가 우리 현실에 맞느냐고 말씀(했다)'는 대목이 등장해 변조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이용섭 건교장관은 19일 이와 관련, "정부 공식보고서에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VIP란 용어는 청와대 측근들이 대통령을 가리킬 때 쓰지, 국정원 등 그 어떤 기관의 보고서에서도 이런 용어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캠프를 비롯한 정가가 '변조 주체'로 청와대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 장인 '주요 쟁점 검토'도 문제의 보고서가 변조된 것임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 장에서는 3쪽에 걸쳐 'MB측 안 vs TF 재검토안'이란 부제로 이 전 시장 측의 연구용역 결과와 TF의 연구 결과를 비교하고 있다. 이는 제3자가 TF 재검토 보고서를 접한 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보고서를 만들며, 기존의 이명박 안과 비교했다는 얘기가 된다.

유럽 대운하를 시찰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명박 캠프는 청와대 민정-참평포럼이 '이명박 죽이기' 핵심 커넥션으로 인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보소식통 "종합보고서 작성은 비일비재. 문제는 청와대밖 유출"

정부의 한 정보소식통은 사견임을 전제로 "건교부의 9쪽 보고서와 변조된 37쪽 보고서를 비교해 보면, 건교부로부터 보고를 접한 청와대의 누군가가 건교부 보고서 외에 여러 정보들을 합쳐 종합보고서를 만든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여러 정보를 취합해 종합보고서를 만드는 일은 비일비재해 보고서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며 "문제는 분명히 표지에 '대외 주의'라고 적힌 보고서가 어떻게 청와대 밖으로 흘러나와 언론사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가라는 유통과정"이라고 말했다. 즉 청와대의 공적 문서가 외부로 유출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캠프는 유통 주체로 '참평포럼' 주목

이명박 캠프도 동일한 분석을 하고 있다. 청와대내 모 세력이 '이명박 죽이기' 일환으로 정부산하 연구기관 등을 동원해 부정적 내용의 대운하 재검토 보고서를 만든 뒤, 이를 외부의 비선 조직으로 흘려 언론 및 박근혜 캠프 등으로 유통시킨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캠프는 이와 관련, 이병완 전비서실장이 대표, 노대통령 최측근 안희정씨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참여정부평가포럼을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전시장을 필두로 이재오 최고위원, 진수희 캠프 대변인 등은 이와 관련, 18일 "전해철 민정수석를 필두로 한 청와대 비서들이 공덕동 제일빌딩에 있는 안희정씨의 참평포럼을 들락거리며 이명박 죽이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이명박 위장전입 사실을 밝힌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도 참평포럼을 들락거린 인사로 지목하고 있다.

요컨대 참평포럼이 문제의 변조 보고서, 이명박 등초본 등 각종 '이명박 죽이기' 자료를 언론계 및 정치권 등으로 유통시키는 전진기지가 아니냐는 의혹 제기인 것.

현재 중앙선관위는 변조 보고서 사건을 중대한 선거법 위반사례로 보고 문제 보고서의 생산 및 유통 과정을 조사중이다. 그러나 선과위가 과연 청와대 연루 의혹이 짙은 일련의 과정을 파헤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어서, 앞으로 진실규명을 둘러싼 정치공방은 치열할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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